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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휴 헤프너의 죽음

2017-09-30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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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 말 하겠어요” 정말 사랑은 눈물의 씨앗일까.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왜 사랑하는데 죄가 될까.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이니까?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했다. 그런데 제대하고 나오니 고무신 거꾸로 신고 있다더라. 저속한 사랑. 고고한 사랑. 어떤 게 저속한 사랑이고, 어떤 게 고고한 사랑일까. 남의 여자를, 남의 남자를 빼앗는다. 저속한 사랑인가?

죽은 사람과 영혼 결혼을 한다. 고고한 사랑인가? 조선시대엔 사랑도 없이 혼인했다. 그래도 자녀들 쑥쑥 잘 낳고 잘 살았다더라. 하지만 첩은 둘 셋씩 두었었지. 그것도 사랑인가. 세기의 플레이보이 휴 헤프너가 세상을 떠났다. 91세, 살기도 많이 살았다.


그는 <플레이보이>지를 창업했다. 그리고 플레이보이로 살았다. 플레이보이 지의 첫 표지 모델은 마릴린 몬로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간 헤프너. 이름 그대로 헤프게 몸을 굴리다 갔다.

그가 한 사랑. 진정한 사랑이었나. 1953년 창간된 <플레이보이>는 꽤나 유명했다. 서구의 쭉쭉 빵빵 미녀들을 훌훌 벗겨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내밀한 곳까지 다 들여 내 보였다. 1960년대, 1970년대. 아니, 2000년대까지도 잡지는 꽤나 잘 팔렸다. 플레이보이가 하락세를 보인 건 인터넷 시장이 세계를 점한 후다. 잡지의 몰락처럼 그의 헤픈 사랑도 가버렸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희랍철학에서 논했던 사랑엔 네 가지가 있었다. 하나님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은 아가페라 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에로스라 했다. 아가페. 이타적 사랑이다. 종교적 사랑이다. 신을 사랑하는 사랑이다. 목숨, 순교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 전 영화 사일런스(Silence/침묵)를 보았다. 2016년에 나온 영화다. 1,600년대 포르투갈 가톨릭신부들. 일본에 들어가 포교했다. 어떤 신부는 배신한다. 어떤 신부는 순교한다. 끝까지 예수의 얼굴상을 밟지 않았던 일본 교인들. 십자가에 달려 순교한다. 신부도 배신하는데 교인이 순교한다. 신을, 천국을 사랑한 대가다.

21세기. 사랑 하나를 더 첨가해야겠다. 동성 간의 사랑이다. 또 하나 첨가할게 있다. 부부와의 사랑이다. 부부와의 사랑, 결혼 전까지는 에로스의 사랑이다. “난 너 없인 하루도 못 살아” 죽고 못 산다. 결혼한다. 자식 낳는다. 세파에 시달린다. 언제 적 에로스냐. 틀어진다. 이혼도 불사한다. 완전 남남이 된다. 비극일까, 희극일까. 부부와의 사랑. 에로스의 사랑이 있어야 된다. 그러나 그걸 초월도 해야 한다. 가장 애매하게 해석돼야 할 사랑이 부부의 사랑이다.

극복해야 할 것도 많은 사랑이다. 에로스에서 시작됐으나 아가페로 가까이 가야 된다. 참기도 많이 참아야 한다. 그래야 가정을 지킬 수 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랑. 부부의 사랑이겠지. “가을을 남기고간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 이었나”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이라. 사랑하면 할수록 기쁘고 즐거워야 하는데.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을 하는 건가. 왜 슬퍼지는 걸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이별도 사랑의 부분인가. 많은 대학들이 있는 곳일수록 자유가 넘친다. 또 세계의 수재들이 모여 치열한 두뇌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런 곳일수록 동성애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동성끼리의 사랑. 글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에로스도 아니고. 그럼 친구간의 사랑에 대입될 수 있을까. 그들에게도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나. 그게 사랑일는지.

남의 사람을 빼앗는 사랑, 헤프너의 사랑 등은 진정한 사랑은 아니겠지. 용서를 포용하는 사랑. 영원성을 가진 사랑. 목숨도 내 놓을 수 있는 사랑 등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에로스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부부와의 사랑 등. 그 안에 희생이란 두 글자가 빠질 때 그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관계일 수 있겠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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