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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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

2017-09-2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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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국에서 정계 인사와 국회의원, 교수, 언론인과 문인, 음악가, 전문의 등 각계 대표 31인이 남북한 통일이 되는 그날, 한반도를 바라보게 될 북중 접경지역을 무대로 ‘평화의 오디세이’ 일정을 가진 바 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고향 이타카를 향해 길을 떠나는 그리스 신화속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담은 명칭으로 이들의 일정은 압록강과 백두산,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1,400킬로미터 거리의 5박6일이었다. 참가자들은 이 일정동안 현장답사 및 세미나, 끊어진 다리위에서 가진 치열한 토론 등을 통해 통일을 향한 출발점은 남북문제의 모든 평화로운 문제해결이며, 통일의 주체는 우리 남한 민족으로 그 시기를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를 주제로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온다는 것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무른다/...”고 사랑을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남한은 동족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고 그동안 꾸준히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갈구해왔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짝사랑일 뿐, 북한은 이와 전혀 어긋난 길을 걷고 있다.


로마의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국법을 어기고 이탈리아 북부의 루비콘강을 건넌 것 같이 북한은 미국과 국제연합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남한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아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미사일고고도방어체계(SHAAD: 사드) 설치는 물론, 핵전술 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간인과 정치권의 의견이 갈라져 연일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에 참다못한 미국은 이제 외교적인 노력에 실패하면 마지막 단계로 군사옵션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한반도의 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조짐이다. 벼랑 끝에서 핵무기로 미국과 남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막무가내 행보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과의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유엔을 방문했다. 과연 문 대통령의 외교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전쟁이냐, 평화냐? 위기의 갈림길에서 문재인 정부가 방미 직전, 유엔의 대북제재 이틀만에 내놓은 북한에 대한 800만 달러 인도적 차원의 지원계획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 기조연설과 한미정상회담. 한미일 공동 회담에서 보일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950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동족상잔을 부른 끔찍한 6.25전쟁, 이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이제 수소폭탄 제조 가능한 핵보유국으로 변모, 한반도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온 문 대통령의 불분명한 태도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도, 한반도에 평화정착의 길도 요원하다.

오늘의 한국은 6.25전쟁 때 미국과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북한의 핵위협에서 한국을 확실히 지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무엇보다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 남북한, 북미간에 반드시 평화가 도래 할 수 있는 특단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 및 세계평화와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설립당시 이성계와 함께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중심에서 맹활약했던 삼봉 정도전은 그의 저서 ‘삼봉집’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는 다리를 놓아 사람들의 왕래가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왕도정치의 일단이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유엔방문 결과 하루속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한 민족이 마음 편히 왕래 할 수 있는 다리, 즉 평화의 길이 확고하게 놓여질 수 있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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