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님아 햇님아

2017-09-16 (토) 김주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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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딸랑딸랑 채워 줬으면.../ *햇볕은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해놓고 조약돌로 소반 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그 옛날 네 다섯 살 때 입에 달고불렀던 동요 곡이다. 모처럼 아이로돌아간 듯 ‘달아달아’ ‘해야 해야‘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아침 문을 열었다.‘ Solar eclipse’ 8월21일 월요일,바로 미국에서의 ‘개기일식’ 역사적인 날이었다.

1918년 이후, 99년만에... 거의 100년만에 ‘해와 달의 하늘 쇼’가 펼쳐진 날이다. 유난스레 설레며 특별한느낌인 것은 그 100년의 시간 끝에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NASA발표에는 다음 일식은 2024년 8월쯤이라니, 그렇게 치면 오늘의 1세기‘eclipse’은 당연히 흥분되는 시간대가 아니겠는가.

진작부터 미국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일식 보호안경은 일찌감치 동이 나면서 안경 구경도 못할 지경이었다. 오늘 일상은 아예 폐기처분하고 일찌감치 간접방법으로 우주 쇼관람자가 되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터였다.


이른 아침부터 주요 방송 채널들은 물론, NASA까지 화려한 축제를열듯 생방송은 시작되었다. 평소 즐기는 ABC채널로 고정시켜 놓고는커피와 쿠키까지 시청준비 완료, 이상무다.

와 장관이다! 쿵쿵 가슴이 들먹이는 기막힌 광경들이다. ‘미국이 하늘에 홀렸다’ 어느 신문 타이틀이딱 맞는 표현이다. 전 미국이 홀리고나도 홀려들었다.

아침부터 낮이 지날 때까지 달은태양을 완전히 가리고 말아 어두움은 온 사위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오리곤주를 시작으로 아이다호,와이오밍, 네브라스카, 캔사스, 미주리, 일리노이, 캔터키, 테네시, 조지아,N캐롤라이나, S캐롤라이나, 등 14개주를 관통하는 달님의 하늘공연은말 그대로 세기의 황홀함 그 자체였다.

방송이 아닌 실제의 장소에서 환호하는 무리들이 부럽기만 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했다. 그럼에도 이 순간은 어둠은 빛을 이겼고 그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하고있다.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니... 신비함 그 자체였다. 태양의 크기는 달님에 400배라고 했는데, 그 크기의 해를 감히 저렇게 가리우다니… 그 황홀함에 미국은 탄성과 함성의 도가니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땅위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미주리주 세인트 조셉에서 열리고 있는 결혼식 장면이다.


‘어린 시절 우주 비행사가 되고싶었다’는 예쁜 신부는 동갑내기 신랑과 오늘 일식 실시간에 맞춰 햇빛아래서는 결혼식을… 그리고 리셉션 파티는 어둠이 깃든 일식장소에서… 이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결혼식 이벤트가 그 어디에 또 있을까.

오늘의 신랑신부는 ‘우주 쇼’의 주인공들로 하늘 땅땅 만큼의 축하와축복을 누리는 세기적‘ 스타탄생’의신랑 신부가 되고 있었다.

오후 2시, 이제 지금은 뉴욕 뉴저지 시간대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어디 하늘 한 점 무슨 징조라도보일까 보고 또 보았다. 오늘따라하늘은 마냥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다.

어느새 TV중계방송도 이미 막을내렸다. 말 그대로 뻥 할 밖엔 없었다. 더구나 뉴욕 뉴저지는 쓰-윽 지나가는 부분일식이라 주목할 만한것도 못되었다 했다. 그럼에도 다행히 우리 가족 두 명은 그 부분 일식장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그래도 마음을 놓았다. 한 명은뉴저지 포트리에서 또 한 명은 맨하탄에서... 내 집 서쪽방향은 아예 축에도 못 끼었다. 그렇게 100년은 오늘 하루를 끝냈다. 비록 아쉬움은있다 해도 행복했다. 그 안에 있음으로…

<김주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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