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두운 그림자

2017-09-13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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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기록된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뒤 뉴욕시의 최저기온이 지난 150년간 기록된 가장 더운 날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평가한 보고서 내용에는 이러한 날씨가 계속될 경우 뉴욕시가 대홍수에 직면하고 2100년이면 물에 잠길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 펜타곤이 지난 2004년 ‘지구촌의 무서운 내일’을 예고한 보고서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최고 기온이 화씨 90도가 넘는 날들이 지금보다 3분의1이 더 늘어날 것이며 폭풍우와 가뭄, 폭염, 물난리 등은 결국 인간의 생존에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있다.

이는 모두 지구온난화가 주범으로 인간의 무지와 무관심이 초래하는 결과이다. 지구촌의 심각한 현실은 화석연료에 기초한 산업활동의 결과로 기후변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갈수록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에도 카리브해 섬들을 초토화시킨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Irma)’가 미 동남부 플로리다주를 강타, 3명의 사망자와 막대한 피해를 속출시키면서 이 지역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쿠바에 이어 플로리다로 상륙한 어마는 세력이 약화됐지만 또다시 위력이 강해지면서 거센 비바람과 폭풍을 동반, 거리가 물에 잠기고 가옥과 건물이 침수 파괴되고 43만 채 이상의 주택과 건물, 110만개의 가구와 직장의 정전사태를 유발시켰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주에 강제 대피 명령이 내려지면서 650만 명의 주민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당국은 이 일대를 비상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인근 조지아주와 사우스 케롤라이나 지역도 만반의 긴급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미 역사상 7번째 초대형이 되는 이번 허리케인이 가져온 손실은 자그마치 2,700만 달러라고 한다.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또 한 번 여지없이 드러낸 끔찍한 사건이다. 이런 사태는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인간은 언제까지 자연으로부터 이런 화를 당할 것인가. 이미 유럽연합(EU)은 탄소의존도를 현격히 줄이는 각종 정책들을 지난 2000년 이래 계속 추진해왔다. 화학연료 시대가 이미 끝나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녹색을 위한 미래로 진입하는 프로그램 진행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여러 징후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세계 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천재지변이다.

하늘이 노하고 땅이 노하고 바다가 성내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당할 재간이 없다. 해수면 상승이 가져오는 지구온난화 위협은 지도상에서 국토를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 사안은 어느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인간이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무서운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머지않아 전세계를 위협하면서 지구촌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이제 이상고온, 기상이변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우리의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농작물이 수확도 못하게 돼버리고 물고기가 집단 떼죽음을 당하는 등 생태계의 일상이 수시로 파괴된다.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경고한다.

우리는 이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류는 지구의 기온 및 화학작용이라는 잠재적 격변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또한 금세기 말에는 동식물이 대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로 인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재앙의 주범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인간이다. 이번 허리케인 어마와 같은 자연의 화를 피하려면 인간이 환경오염, 즉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길 밖에 없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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