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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늘 함께하는 생

2017-09-09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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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게 있다. 문자와 종이의 발명과 개발이다. 문자와 종이의 개발은 문화를 이룩했다. 문화는 인류의 정신적 유산이다. 정신적 유산은 어디에 담겨 있을까. 책이다. 책은 고대 파피루스로부터 시작된다. 파피루스는 종이와 비슷한 매체다. 갈대과의 식물잎으로 만든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에 족적을 남겼다. 기원전 2500년경에 만들어진 파피루스. 지금은 전자책으로 독서를 한다. 인류문명의 발달은 지난 한 세기 전부터 급물살을 탄다. 컴퓨터의 발명 때문이다. 전자책도 일종의 컴퓨터라이즈된 책이다.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문자와 종이. 종이에 담겨져 내려온 인류 문명의 축적. 이것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인류는 다른 동물과 별 차이 없었을 거다.

글을 묶어 만든 것이 책(冊)이다. 책은 배움을 제공한다. 배움은 기쁨을 갖게 한다. 공자의 논어(論語) 제1편 학이(學而)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는다면 어찌 군자가 아니랴. 배우고 때로 익힘은, 매체가 책이며 사람일 수 있다. 배움에 있어, 사람과 책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책을 많이 보는 사람. 몸과 마음에 아름다움을 키워가는 사람이다.


책은 배움과 기쁨도 주지만 자기 개발을 해 주는 매체가 된다. 인류의 문화, 문명도 책을 통해 이룩되었지만 개인의 개발과 성공도 책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철을 탈 때가 있다. 10명 중 7, 8명은 책을 본다. 10년 전의 전경이었다. 지금은 10명 중 8, 9명은 무얼 보고 있을까. 책이 아니다. 셀폰, 즉 휴대폰이다. 보기도 하고 이어폰을 귀에 꼽고 듣기도 한다.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책을 보는 사람보다는 다른 무엇을 듣는 사람이 더 많다.

책은 보는 사람도 있지만 쓰고 만드는 사람도 있다. 보는 사람은 독자(讀者)다. 쓰는 사람은 저자(著者)다. 한 사람이 만드는 책이 있다. 반면, 여러 사람이 만드는 공동저작도 있다. 책은 만들어져 독자에게 유익함을 안겨준다. 반대로, 책으로 만들어져 독자에게 사악(邪惡)함을 안겨준다. 량서(良書)와 불량서(不良書)의 차이점이다. 그러니 책이라고 다 책은 아닌 거다.

사람이 읽어 도움과 배움이 되는 책. 사람이 읽어 기쁨과 희망, 도전을 안겨주는 책. 사람이나 사회, 혹은 국가나 인류에 유익이 되는 책. 좋은 책이다. 반면, 사람에게 해가 되거나 유혹에 빠트려 나쁜 길로 가게 하는 책. 나쁜 책이다. 세상엔 좋은 책도 많이 있지만 나쁜 책도 널려 있다.

소설 <즐거운 사라>.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저자, 마광수(66). 지난 5일 서울 집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 전 연세대 교수. 그는 1992년 출간한 <즐거운 사라>의 음란물 제작 및 유포란 죄명으로 강의 중 긴급 체포됐다. 1993년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1998년 사면 복권되며 다시 복직했다. 아이러니하게 윤동주연구로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마광수.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로 간주되며 수십 년 동안 그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문단 비평가들의 평이다.

그가 쓴 책이 그의 발목을 잡고 결국 그의 생을 쓸쓸히 마감되게 한 원인이 아니었는지 씁쓸해진다. 책이라고 함부로 내는 건 아닌가보다. 개권유익(開卷有益)이라는 말. 책은 펴기만 해도 유익하다는 의미다.

물론 좋은 책에 한한다. 좋은 책 중엔 고전이 많다. 한 평생을 살면서 읽어야 될 고전들. 얼마나 많은가. 책은 따로 시간을 내어 읽는 거 보단 틈틈이, 짬짬이 읽는 습관이 좋다. 요즘엔 오디오를 통해 읽어 주는 책도 있다. 그냥 듣기만 해도 읽는 거니 얼마나 좋으랴.

어느 연구소의 연구 결과다. CEO(사장) 1,700명을 조사했다. 그중 63%가 한 달에 2-3권의 책을 읽는다. 22%는 3-4권의 책을 읽는다. 회사대표 85%의 한 달 독서량이다. 회사를 키우려 해도 독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을 항상 옆에 두는 버릇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 책과 늘 함께 하는 생, 복 받은 인생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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