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비닐봉지 천국’이다. 백화점, 마켓, 작은 그로서리 어딜 가나 물건을 대부분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지난 2월 뉴욕시는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비닐·종이봉지 유료화 정책이 시행되려다가 1년 연기되었었다.
2016년부터 뉴욕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제도를 전면 도입했고 오는 10월부터 플러싱과 베이테라스, 프레시메도우, 칼리지포인트 등 퀸즈 한인밀집지역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행된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 중인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프로그램을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대시행 하는 것이다.
우드사이드와 서니사이드, 롱아일랜드시티 등은 10월 30일부터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행된다는데 롱아일랜드시티에 사는 본인도 앞으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니 벌써 번거롭다 싶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물 분리수거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한국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국 지자체에서 다양한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 정책을 펴고 있다. 여름휴가로 한국을 다녀오면서 눈에 들어온 몇 가지 중 하나가 쓰레기 분리수거 장면이었다. 얼마나 까다롭고 꼼꼼하게 하는 지 분리수거 하기 힘들어 한국에서 못살겠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양천구 목동 아파트에서는 포장봉투와 상표, 비닐봉지 등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려니 언니가 한곳에 두라고 하더니 재활용품을 구분하고 쓰레기를 각각 다른 봉투에 넣었다. 아파트 각 동 입구마다 놓인 커다란 사각통은 종이, 캔 및 고철류, 유리병, 패트병 등 종류별로 구분되어 있었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서는 과일을 깎으면서 바로 다른 봉지에 껍질을 담았고 식사 후에는 생선 가시와 음식 찌꺼기를 한번 물로 씻어낸 다음 음식 찌꺼기 봉지에 담았다. 가장 일목요연 정리된 분리수거는 분당의 매화 아파트에서였다.
음식물 찌꺼기통은 주차장 한켠에 큰 통이 놓여있었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 관리사무실 바로 옆으로 커다란 분리수거방이 따로 있었다. 신문지나 종이박스 등이 낱낱이 해체되어 가득 쌓여있고 구분된 칸마다 유리병을 비롯 재활용품이 따로 담겨있었다. 누군가 섬유류를 잘못 버렸는지 ‘이불을 버린 사람은 관리사무실로 연락바람’이라는 알림장도 붙어있었다.
조카가 화장품 샘플 용기 여러 개의 잔여 내용물을 모두 씻어내고 햇볕에 말리고 있기에 용기를 재사용 하나 했더니 말려서 버리기 위한 준비라고 한다. 서울우유 팩도 물로 헹궈낸 다음 팩을 해체한 후 말려서 버렸다. 참으로 놀란 일은 냉장고 안에 검정 쓰레기 봉지가 있어 뭔가 열어보니 사과껍질 깎은 것이었다. 바로 버리려고 하니 오빠가 그냥 두라고 했다.
식구가 없다보니 음식물 찌꺼기가 별로 없어 일일이 아파트 주차장으로 버리러 가지 않고 일단 냉장고 안에 넣으면 며칠이 되어도 상하지 않아 얼리거나 냉장시켰다가 버린다는 것이다. 완전 머리에서 쥐가 났다. 모든 집의 아파트 베란다마다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 노랑색 음식물 찌꺼기봉투들이 배가 빵빵한 채 보관되다가 공동분류장으로 갔다. 분리수거의 달인이 되어버린 한국 사람들, 아, 한국은 분리수거의 선진국이었다. 그 옛날 쓰레기 매립지인 거대한 난지도는 친환경 바이오 매립단지로 청정구역이 되어있었다.
세계 최대 쓰레기 배출국인 미국에 사는 본인으로서는 신문지와 종이, 패트병이나 유리병 등 재활용 쓰레기는 아파트 1층에 마련된 통에 따로 넣으나 음식물은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고 있다. 무조건 버리기가 습관이 된 미국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뒤늦게나마 갖게 된 것은 다행이다.
뉴욕시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와 천연가스로 재생할 계획이라니 환영할 일이지만 이 분리수거라는 것은 바로 내 몫이다. 분리수거 시간과 노력을 떠올리자니 눈앞이 아찔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앞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살자면 고달프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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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