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핵심 감정은 무엇일까?

2017-09-08 (금) 오태균/총신대 교육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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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알고 지내던 후배 A는 늘 밝고 명랑하고 유쾌한 사람인데 하루는 다소 의외의 고민을 나에게 털어 놓는다. 그가 힘들어하는 고민의 핵심은 누군가 자신의 신경을 조금만 건드리면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언성이 높아지면서 거의 예외 없이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관계의 문제로 인해 그는 가정, 직장, 그리고 교회에서도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몹시 힘들어했다. 그렇다면 A는 이 ‘버럭’ 하는 습관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 부정적인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여러 다양한 감정들 중에서도, 특히 이 분노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적어도 하나 혹은 둘 이상의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공은커녕,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다양한 실패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들 중 하나는 자신에게 익숙한 파괴적인 감정으로 인해 성공의 길목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넘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다는 사실이다.

이 부정적인 감정을 서구의 정신분석학자들은 ‘컴플렉스(complex)’, 즉 ‘마음속의 응어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초창기 정신분석학자 이동식 선생은 이런 감정을 흥미롭게도 핵심감정이라고 명명했다. 이 핵심 감정은 주로 어린 시절 성장 배경을 통해서, 또한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서 형성되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가 학업 수업 능력이 조금 더딘 자신의 자녀에게 “너는 그것 밖에 못하니?” “바보 같은 녀석...”과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로 해준다면 그 아이는 열등감, 수치심, 분노와 같은 감정들과 친숙하게 된다. 그래서 그것들이 그 아이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사사건건 실패하도록 괴롭히는 주요감정, 핵심감정으로 고착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음에도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핵심 감정에 대해 한번 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일상에서 나에게 자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은 무엇인가? 둘째, 대인 관계에서 갈등으로 인해 자주 일어나는 감정은 무엇인가? 셋째,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할 때 일어나는 감정은 무엇인가? 넷째, 나의 초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들이 일어나는가?

그것은 분노, 우울감, 수치심, 열등감, 권위에 대한 거부감, 의존욕구, 인정욕구 등등 사람마다 각각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물론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원만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핵심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만일 위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는데도,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복받은 사람이다.

대다수는 인격이 성숙하지 못하고 마음에 깊은 심리적 결핍이 있어 조금만 주의 깊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이 핵심 감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생긴 이 부정적인 핵심감정은 당신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일상에서 당신의 성공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그 핵심감정을 지금이라도 잘 다스려야 하는 것은 당신 몫이다. 문득 성서에 기록된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4:23)는 교훈이 떠오른다.

우리 각자의 핵심감정을 깨닫고 잘 다스려 병들고 지친 마음의 건강을 다시 회복하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오태균/총신대 교육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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