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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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토) 문영희 /시인.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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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다가
허겁지겁 눈을 떴어요

밤 하늘과 별사이 우리 거리인가 봅니다
별이 사라지면 만날 수 있을까요
녹슬어 버린 시계추

적막의 옷을 입고 무덤처럼누운
금단의 땅
행여 곡간에 곡식이 있더냐고
대문 앞에 살구꽃은 피어 있더냐고
바람이 낙엽에게 물었습니다


어제는 강가에서
오늘은 망대같은 산 앞에서
생각을 당신께 드립니다

구름과 햇빛도 앞에 앉았는데
공기놀이 그만 합시다
땅 따먹기 그만 합시다

아파도 만져줄 수 없고
사랑을 주어도 닫아버린 가슴
허공에 띄운 편지들은
새가 되어 웁니다

녹슨 시계추를 갈아 넣고
무덤을 넘어 가겠습니다
지뢰를 밟아 땅을 갈고
굴속의 내장을 뽑아 내겠습니다
잠든 열차를 깨워
당신을 향해 갑니다

<문영희 /시인.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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