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

2017-09-02 (토) 김수자 /전 여고 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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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46년전 모국을 떠나 뉴욕케네디공항에 도착한 날이다. 1971년8월22일 김포공항을 출발하던 때를되돌아본다. 특수한 직위가 아니고는부인과 자녀가 함께 국외로 출국을못하던 어려운 시절, 남편은 회사업무로 1년전에 먼저 출국하고, 나는 1년8개월 된 딸아이와 7개월 된 아들을데리고 출국길에 올랐다. 한 여름철딸아이는 막 걷기를 시작하던 때였다.

그러나 우량아급 7개월된 아들아이는 늘 안고 있어야 했다.

옛날 한국에는 외출 할 때, 재래식으로 띠나 누비이불을 시용하여 아이를 등 뒤로 업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60년대 후반에는 아이를 업으면 다리가 오형(O)이 된다고 하여 업어주지를 않는 것이 상례였다공항에서 가방 2개는 부치고 어깨에 메는 작은 가방 하나만 가지고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스웨스트 항공기는 일본에서 서울로 들어오는데 항공기 고장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지연되었다. 친인척 친구들은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무더운 여름철 냉방시설도 없는 김포공항 대합실에서모두들 옷이 땀에 젖었고 피곤을 참으며 조용히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여행사에서의 방송은“ 다음날 비행기로 탑승할 고객을 찾고 있었다.”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기는 너무힘이 들어 그저 기다리니 드디어 4시간만에 탑승을 하였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단 5분을 이용해서 뉴욕행으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딸아이와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걸었고, 그 많은 승객이 모두 탑승한 후다행히 비행기는 이륙을 했다. 때가 8월 말경 대학교 개학 시기여서 비행기는 만석이었고, 승객은 대부분 초행길이라 본인의 일도 감당하기 급급하여 다른 주위 사람에게 눈길조차 줄여유가 없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애 둘까지 비자를 받아 미국에 오면서, 항공사에서는 고객을 위해 그많은 서비스 종목이 있는데, 그 중 하나도 모르는 체 생고생을 해서 애 둘을 데리고 온 것을 되돌아보며 이제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그 긴 공항 청사를 한번도 칭얼대지 않고 열심히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한테미안하고 지금도 내 자신의 무지함이이해가 안 된다.

남편이 보내준 유모차를 사용했더라면 딸애가 걷노라고 고생하지 않았어도 되고, 공항 서비스를 요청했더라면, 노약자를 위한 간단한 차량 서비스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8월 휴가계절, 또 개학기를 피해 출국을 했더라면, 더 편안하고 좋았을 텐데, 무지해서 한 나의 실수를 나열해 본다.

어느덧 손녀들이 태어나서 여행을하기 시작하니, 공항에서 밖으로 나올 때까지 애를 동반하고 여행하는고객에게 주는 항공사의 특별 서비스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옛날에도 같은 종류의 서비스가 있었을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며 후회를 한다.

요즘 유행어 중에 ‘머리가 나쁘면몸이 고생을 한다’ 즉 무식하면 몸이실제로 고생을 한다 라는 말이 바로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아는것이 힘’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남은 삶은 새로운 것을 늘 배우고 이해하면서 현실에 적응하며 살려고 한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뉴욕에 도착한날, 내일은 생후 7달만에 뉴욕에 온아들의 딸이 벌써 18세가 되어 대학교로 가는 날이다. ‘아는 것이 힘’인이 세상에서 많은 지식을 쌓아 세계를 향하여 좀 더 멋있고 훌륭하게 보람된 삶이 전개되기를 희망한다. 8월22일 뉴욕에 도착한 지 46년이 되는날을 기해 떠올려본 생각이다.

<김수자 /전 여고 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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