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휴스턴의 물 폭탄

2017-09-02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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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없다면 인생은 어떻게 될까.

인생뿐만이 아니다. 다른 식물과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사람의 몸에서물이 차지하는 량은 약 70%라 한다. 그러니 사람의 몸에서 물을 빼 버린다면 사람은 죽는다. 그걸 의학적 용어론 탈수증이라 부른다. 사람뿐만이아니다. 다른 동물과 식물에게서도마찬가지다.

물은 화학적 용어로는 H20다. 수소분자 둘에 산소분자 하나다. 물속에들어있는 산소가 수소분량의 2분의1이다. 그러니 우리 몸의 물 70%안의산소량도 만만치 않다. 어찌 보면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우주과학자들이 찾는 것도 다른 행성에서의 물이다. 물이 있다면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은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주기도한다. 물처럼 살라 한다. 노자의 도덕경 제8장 약수(若水) 이성(易性)편에보면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나온다. 그리고 물에 관한 풀이가 이어진다. 물은 선함의 최고다. 물은 선하여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게 물의 속성이란다.

노자는 물을 예로 들어 부쟁(不爭)의 덕을 말한다. 부쟁이란 다투지 않음을 뜻한다. 겸손의 덕을 물에서 찾으라 한다. 물은 차면 얼고, 더우면수증기가 되고, 봄에는 비, 겨울엔 눈이 된다. 네모난 그릇에선 네모꼴, 둥근 그릇에선 둥근 꼴이 된다. 절대 다투지 않는다. 불평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적응을 한다.

인간이 먹는 곡물은 물이 있어야생성된다. 현재 세계 인구는 75억2천600만 여명. 이 인구가 먹는 곡물들어마어마한 량이다. 그 곡물들이 되는 벼나 보리 밀 등에게 물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다 죽어버린다. 때를 따라 내리는 비가 그들을 자라게 한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물. 곡식뿐만아니다. 모든 생명들은 물에 생사를의존한다.

결국 물이,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않으면 지구는 황폐한 사막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황폐한 사막에선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비가 안오면 인류는 멸망된다. 그런데 이게웬일인가. 비, 즉 물이 하늘에서 내리는데 너무 많이 내려 도시들이 물에잠긴다. 생명들이 물에 떠내려간다.사람들이 쉼터를 잃어버린다.

휴스턴에 내린 하늘의 물.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 온 물벼락, 물폭탄.
4일 동안의 강우량이 1,322mm(1미터32센티)다. 물의 량은 1조 갤런.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15일 동안 떨어진물의 량과 같다. 침수된 지역은 시카고와 뉴욕시를 합한 면적. 미 역사상가장 큰 수해로 기록된다. 미국의 제4대 도시 휴스턴은 현재 물 지옥 속에 있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 외부와는 차단된 채 모든 비행장이 폐쇄됐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수재민. 이와중에서 희희비비가 오간다. 인간띠를 매어 물에 빠진 사람을 살려내는가 하면 한편에서 강도들이 출몰하고 있다. 이처럼 많이 내리는 비.
하늘의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데는 인간의 잘못함도 포함돼 있다고한다.

시사종합지 애틀랜틱의 지난 27일자 보고다. 인간 세상이 뿜어대는 이산화탄소와 매탄가스. 이같은 온실가스는 태양광의 우주공간으로의 반사를 차단한다. 결과는 열을 대기 중에묶어 두게 된다. 그러면 대기 온도 상승을 초래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하비’같은 초대형 태풍이 발생하는데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미국립대기연구소의 케빈 트렌버스 연구원은 휴스턴 지역에 쏟아진폭우의 최대 30%는 인간의 기여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천재 70%. 인재 30%란 얘기다. 인간이 온실가스를 계속 뿜어대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하비’같은 물폭탄이 계속해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젠 핵폭탄이 아니라 물폭탄 먼저 막아야하지 않을까.

물이 없으면 모든 생물은 살 수 없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기에 그렇다.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 가는 물. 물처럼 살아가라 한다. 휴스턴에 내린 하늘의 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 일수 있다. 지구온난화를막기 위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트럼프. 이번 휴스턴 물폭탄을 보면서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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