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예는 마음의 거울

2017-09-02 (토) 이유성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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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들여 써본 붓글씨를 예쁜 액자에 넣어서 벽에 걸어놓고, 아이들에게 부모의 작품을 소개하며 자평도 곁들인다면 가정교육과 취미 여가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순간일것이다. 명필이 아니라도 좋다. 더구나 글씨를 쓴 글감이 교육적인 것이나 성경구절을 택한다면 실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국땅에서 부딪쳐야 하는 미국이라는 개울에 한글이라는 징검다리를놓고 건너가는 모습이 미주 한인1세의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을 고백하는예술작품이 한글서예라고 생각한다.

붓글씨는 요즘말로 서예라 하지만,중국에서는 서법(書法), 일본에서는서도(書道)라고 하며, 각각 한자의 의미대로 강조하는 바가 약간 다르다.


서예를 배우고 싶긴 하지만 엄두를못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처음부터 명필이 되고자 시작하는 사람도있을지 모르나, 대부분의 서예인들은취미로 시작하여 어느덧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예가의 경지에 도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철저한 끈기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서예란 붓에 먹물을 묻혀서 종이에글씨를 쓰면서 문자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한 분야이다.

서예는 점획과 선의 역동성, 변화성,리듬, 그리고 선율 등이 붓과 종이가맞닿으면서 표현된다. 붓 끝의 부드러운 탄력성과 서예가의 심리적 의식에따라 글씨의 모양과 크기 등의 형태가 창조되어 흘러나온다. 그러므로 서예가의 글씨 작품은 마음의 거울 또는 마음의 그림이라 한다.

서예의 글씨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그의 정신적 감각세계를 거울에비친 영상처럼 알 수 있게 된다. 만일 붓글씨를 쓸 때 선택하는 글감이자기가 평소 좋아하는 성경말씀을고른다면 어떨까? 주님의 말씀이 쓰는 이의 손가락 말초신경과 두뇌 사이를 오르내리며 되새겨지는 거룩한순간을 경험할 수 있으며, 써놓은 작품은 말씀을 담은 그릇이 될 것이다.

고달픈 이민생활 속에서도 깊숙한정신세계를 경험하며,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고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면 서예를 베우기를 권장한다. 주님의 말씀을 붓글씨에 담는 과정에서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예술적 수단을 터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서예활동에 적극 참가할 것을 추천한다.

<이유성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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