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엌 마루바닥에 누워…

2017-08-26 (토)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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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물릴듯이 들어오는 그리움은 무엇일까
부엌 마루 바닥에 누워 거꾸로 보이는 나무를 보면
제 색깔로 떠있는 하늘이 잡히고
거꾸로 보나 바로 보나 같은 색깔로 나를 내려다 보는 같은 마음
하다못해 나뭇잎 까지 각기 색다른 자태로 누워
자지러지게 하늘과 한편 되는데
오늘도 또 다른 색깔의 나를 내려다 보며
그저 물밀듯이 넘실대며 들어오는 그리움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외로움의 물길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눈 마주치며 사각대는 뒷뜰의 나뭇잎 까지도 너무 푸르러 시샘하고
사각대는 바람 속에서도 서로 어울려
하나의 색깔로 놀아 보자는 계절의 화합
난 지친 어깨 늘어뜨리며 홀로 외로움의 물결을 잡지 못한다

어떻게 오늘을 살았는 지 내 발길 닿은 곳 마다 지친 얼굴이 패이고
그 얼굴 뒤에 숨어 갈등하는 순간이 사뭇 낯설어
난 오늘도 부엌 마루 바닥에 누워
거꾸로 보이는 오후에 입맞추며 짧은 팔목 들어올려 그들과 악수한다

온 몸 작게 흔들며 사각사각 빈 자리로 비집고 들어가
그들의 시간이 되고 그들의 나무가 되어
그렇게라도 난 그들과 한편이 되고 싶은 거다
그들이 내어주는 한몫의 틈새가
이 허한 세상을 그냥 속절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네 편, 내 편이 아닌 우리 편이 되게 하는 거다
그렇게라도 난 가끔 그들의 순수를 탐내며
이 순간 작게 사각거리며 살고 싶은 거다
넘실대며 밀려오는 그리움의 소리를 들으며
쏟아지는 외로움의 밤빛을 기다리며.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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