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0주기를 맞아 개장된 그라운드 제로의 메모리얼 추모공원에는 미국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초대형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가 들어서 있다. 이 빌딩을 바라보면 지금도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 느낌을 갖는다.
2001년 9월11일 아침 극단주의 오사마 빈 라덴의 비행기 자살폭탄 공격으로 미국의 위용을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폭파하면서 약 3,000명이나 되는 무고한 목숨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 했다. 이 지점은 당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면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했던 그날의 참혹한 광경, 그 아픔과 고통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건물이 무너진 지점을 파서 만든 구덩이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소리는 마치 어이없게 숨진 희생자들의 영혼과 넋을 달래는 소리처럼 들려 가슴이 저려온다. 그날 이후 미국은 대 테러전을 강력하게 펼쳐 아직까지 더 큰 희생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더 이상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프랑스와 영국 등이 무슬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연달아 테러공격을 받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상자가 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지고, 미국내에서도 자생적 테러가 발생, 미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 정치권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가장 큰 우려가 테러로 떠올랐고 대선후보들의 토론에서도 테러가 가장 큰 이슈로 부상했던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많은 미국인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 6개 국가 무슬림 입국 금지, 멕시코 국경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대테러정책에 과감성을 보였다. 실제로 지금 IS는 연쇄 테러로 유럽전역을 피로 물들이고 있어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나 광장에 느닷없이 승합차가 돌진, 평온하던 거리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도로가 피바다가 되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차량을 이용한 무차별적 테러를 감행, 14명이 사망하고 120명 정도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것이다.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8시간 후 또 인근도시 캄브릴스에서도 똑같은 수법의 2차 테러가 발생, 7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런 사건은 더 이상 유럽에 안전지대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미국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해 일어난 끔찍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뉴욕시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이후 곧바로 경계강화에 나섰다. 뉴욕시경(NYPD)은 맨하탄 주요관광지에 추가 순찰 병력을 투입하고 만반의 태세에 돌입했다. 테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이제 곧 9월이 되면서 9.11테러 당시 참혹한 악몽이 그대로 되살아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격을 받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미국은 지금 경제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드시 대처해 나가야 할 가장 큰 문제가 테러이다.
미국은 과연 어떤 방안으로 대 테러정책을 강구해야 하는가. 미국은 특히 회교권에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무슬림 종교지도자는 “미국은 국경 너머 어려운 국가에 대해 별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악당이다.”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미국이 싸우며 지키고자 하는 구조를 깨트리고자 한다.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데서 나오는 일종의 경계심과 적대감이다. 미국의 힘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은 소프트 파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기본가치는 경시되고 우월성은 급속히 저하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언제 또 다가올지 모르는 테러의 위협을 어떻게 막아낼까. 트럼프행정부의 더욱 현명한 대 테러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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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