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질문과 답

2017-08-19 (토)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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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노스웨스턴 대학의 여성건강 연구팀은 3D 프리터로 난소를 복사해 쥐에게 이식한 후 생쥐 두 마리를 탄생시켰다. 쥐의 난소를 제거하고는 3차원 인쇄 기술로 만든 난소를 이식했더니 자가 적응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난자를 배출했으며, 이로써 정상 임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미 연골과 근육과 뼈를 프린트해 사람에게 이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중국의 한 생체공학 회사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혈관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원숭이의 지방 세포에세 추출한 스템셀로 된 바이오 잉크(Bio-Ink)라는 것을 써서 혈관을 복사했다. 이식 후 스템셀은 필요한 세포로 자라났고, 한 달이 지나자 본래의 혈관과 구별이 되지 않는 신체의 완벽한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 병원에서는 대략 20년 전부터 이미 3D프린터를 사용했지만 주로 도구를 복사해 쓰는데 그쳤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특정 환자의 기형적 장기를 미리 복사해 수술의 방법을 연구하고 예행연습을 하는데 쓴다고 한다.

이것이 더욱 발전해 이제는 장기 자체를 복사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약 75개의 병원이, 세계적으로는 약 200개의 병원이 3D 복사기를 가지고 있다. 최첨단의 기계가 아니라면 의료용 3D 프린터는 10만 불 정도로, CT 스캔이나 MRI보다도 가격이 싸다.


지난 5월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10000년’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었다. 올해가 2017년이니까 7,983년 후의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이론 물리학자 Brian Greene 교수에 의하면 10000 년의 지구와 태양은 현재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도 변해서 현대인은 아마 그들을 인간이라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일단 인간은 기계와 경계가 없이 결합해 하이브리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명은 대단히 늘었고, 사람의 마음도 컴퓨터를 통해 통합시킬 수 있다니 긍정적일 것도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으리란 생각도 든다.

현재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차원은 3차원에 시간의 차원 하나를 더 보탠 수준이지만, 과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세상은 실제로는 10차원에 시간이 보태져 11차원의 세계라고 한다. (스티브 호킹 저 <위대한 설계> ) 이 책이 2010년에 출간되었으니 7년이 흐르는 동안 또 다른 차원이 보태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우주도, 그리고 그 우주의 모습을 밝혀내는 인간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하나 더 보태야 하는 건 10000년이 되어도 우리는 우주를, 신을, 인간을, 다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미가 타이타니움 외피를 입고, 인간이 3D프린터로 만든 소행성을 띄워 자신의 집이라고 등기를 하는 세상이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그때도 지금처럼 계속되고, 아마도 그 질문은 인간의 종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최종적인 답을 찾아 영원한 릴레이 경주를 하는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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