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교평론과 표절 유감

2017-08-19 (토) 김근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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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졸업반때 설교경연대회를 마친후 설교학 교수의 평론은 이러했다. “김 전도사의 설교는 영력도 있고 예화도 적절했지만 한가지 흠이라면 여의도 어느 교회 C목사의 혀짜래기 설교흉내는 내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자존심 상하는 설교평론을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는 원피스가 1주일 후에는 서울에 상륙한다는 말이 있듯이 얼마전 여류소설가의 표절시비, 서울 S교회 L목사 논문 표절시비, 국회 청문회의 표절시비가 유행병처럼 번지더니 이젠 이민교회에까지 상륙하여 항간에 몸살앓는 교회를 보았다. 예술이나 문학장르라면 모를진데 설교표절 시비문제는 참으로 애매한 점이 많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공관복음은 예수의 사건을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나름대로 각자의 시각으로 쓴 문서인데, 비교해보면 마치 서로가 표절이라도 한 듯한 의심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결코 표절이 아니다.


기독교회의 모든 설교도 그렇다. ‘예수의 사랑과 용서와 구원’의 삼각구도란 공통분모를 해설하는 설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들은 설교가 약 3,400번쯤 되고, 30년 동안 설교한 것은 2,000번도 넘지만, 모든 설교자들의 설교가 대동소이하여 ‘산을 옮길 만한’ 대단한 명설교를 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오직 가르침을 받는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하라(갈6:1-6)’는 바울의 사랑의 명설교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사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설교표절이 큰 이슈가 아니다. 주의 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인 삼각구도를 흔들고 “밤에 몰래 가라지를 뿌려(눅22:31)” 한국교회를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사단의 시도가 한국교회의 더 큰 적그리스도요, 이것이야 말로 더 심각한 교회의 세속화의 밀물 현상인 것이다.

한국에서 불어오는 표절이란 미세먼지가 장차 이민교회에 불어와 성도들의 영혼을 질식시킬까봐 참으로 걱정스럽다.

은혜와 위로와 구원받아야 할 성도들이 설교강단 밑에서 팔짱끼고 앉아 설교평론자로 둔갑하여 표절운운하는 이 살벌한 예배광경을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서양속담에 “수술은 성공했지만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 오늘날 주님의 교회들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기만을 바란다.

<김근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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