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마치고 귀가 길에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왔다.
눈앞에 타원형의 웅장한 무지개가 점점 그 색을 더해가며 선명하게 드리워졌다. 한참을 바라보는데 그 옆에 색의 배열을 달리한 또 하나의 무지개가 뜨며 내 생에 첫 쌍무지개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한동안 하늘을 자주 바라보지 않은 상태에서 쌍무지개라니, 놀이터에서 종일 노느라 쫄쫄 굶다가 ‘밥 먹어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에 입에 걸리도록 웃으면서, 하얀 김을 뿜고 나를 기다릴 밥을 떠올리며 집으로 뛰어가던 그 마음이 생각났다.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디 갈랜드가 부른 ‘Over the Rainbow’노래에 푹 빠져 열심히 영어해석을 해대며 저 무지개 너머에 펼쳐질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한 번 더 웃음이 나왔다.
성경에서는 악한 세상이 쓸려 없어진 대홍수 이후 노아가 어린양을 바쳤을 때 언약의 증거로 하늘의 무지개를 보여주신 것을 약속하셨기 때문에 더욱 기다려지고 또 마주하면 행복하다.
아이와 무지개에 대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검색을 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지개라는 이름의 유래는 15세기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문헌인 ‘용비어천가’에 등장하는 말로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관찰력으로 물방울의 반사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물’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한다.
’지게’는 마루나 부엌에서 방을 드나드는 외짝 문을 뜻하는데 타원형의 문 모형을 따와 물지게에서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무지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어릴 적 일곱 빛깔로 알고 있던 무지개는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기는 빨간색이 맨 아래 보라색이 맨위, 동성애를 상징하는 깃발은 보라색을 맨 아래로 두고 총 여섯 가지 색을 사용해 이뤄져 있어 나열을 반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사랑과 삶을 상징하는 빨강, 치유와 용기, 자신감의 주황, 햇빛의 상징으로 동서의 화합과 인종과 성차별 없는 평화의 상징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얼마 전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박완서 선생님께서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하셨어요. 사물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사랑을 하게 되는 건 사실 이름을 알기 때문이거든요. 이름을 아는 순간 다 다르게 보여요.”
우리도 각자 인생들이 모여 서로 서로 힘을 더해주고 양보하며 위에서 아래에서 버텨주며 더불어 사는 무지개와 같은 삶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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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미/갤러리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