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독의 열매

2017-08-21 (월) 최효섭/목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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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행어는 변화가 너무 빨라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 혼자라는 뜻을 단순히 ‘혼’으로 주려 혼밥은 혼자 먹는 밥, 혼침은 혼자 자는 잠, 혼사는 결혼의 뜻이 아니라 혼자 외롭게 죽는 것이 혼사이다. 나는 혼자 죽은 노인의 케이스를 두 번 보았는데 혼자 죽는다는 것은 정말 쓸쓸한 일이다.

한국의 고독사(孤獨死) 통계가 나와 있다. 50대가 30%, 60대와 40대가 똑같이 18%씩으로 전체 고독사의 절반이 60대 미만으로 되어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의 순이다. 역시 도시생활이 노인들에게도 더 외로운 것 같다. 고독사는 성별로는 남자 73%, 여자 17%로 단연 남자의 경우가 많다.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면에서 한국은 안타깝게도 OECD(경제협럭 및 개발기구) 20개국 중 꼴찌이다. 한국 노인 중 72%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1위는 스위스로 무려 96%의 스위스 노인들은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노후의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 터키 칠레 멕시코보다도 못하다. 통계적으로는 한국 노인들이 가장 외로운 것 같다.

보통 중년이라고 하면 40-65세 정도의 연령층을 말하는데 영어 표현으로는 The Third Stage 즉 세 번째 무대라고 한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 인생의 황금기이다.
고독을 최고로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인데 고독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자기의 세계를 가져라. 의존적이어서는 안 된다. 자기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확실한 취미생활이나, 열심히 노력하는 뚜렷한 목적이나,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뚜렷한 목표 같은 것이 있으면 고독의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2. 의미를 찾으라. 고독의 적은 무의미이다. 허무를 느끼는 정도면 심각하다. 내가 살아가는 확실한 의미를 그대는 누구에게도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의미 있는 삶’, 그것이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이다.

3. 가족으로 돌아가라. 가족이란 소위 혈육(血肉)의 관계 이상이다. 가족이란 따뜻한 마음이 오가고,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서로 의지하는 상대이다. 가족이란 서로의 성실함과 도움이 만나는 상대, 상함과 아픔이 싸매지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람,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 고독의 해결점이다.

4. 젊게 살도록 애써라. 육신은 시간과 더불어 쇠퇴하지만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나이 먹은 척 하는 사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생각도 젊게, 행동도 젊게, 말도 젊게 살아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말끔히 버리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활달하게 살아야 한다.

5. 말을 많이 하며 살아라. 수다를 좀 떨며 살라는 말이다. 말이 적은 사람이 우울해지기가 쉽다. 의도적으로 말을 많이 하며 사는 것이 수다쟁이로 보일지는 몰라도 중년의 고독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이다.

6. 조금 철학적인 말이지만 고독하지 않으려면 기능적 삶에서 존재적 삶으로 옮겨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한다는 삶의 태도에서 나는 귀중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태어난 존엄한 생명체로서 살아간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종교적인 용어로서는 신이 나를 존재하기 하신 거룩한 뜻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다.

7. 절대 덩달아 살아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자기의 행동을 자기가 결정짓지 않고 남의 부록(附錄)으로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덩달아 행동하는 것은 하늘이 준 자기의 독립된 인격을 멸시하는 행동이므로 자기비하(自己卑下)이다.

<최효섭/목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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