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복’이라는 단어를 전하며

2017-08-12 (토) 박신효/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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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지난달 아태문화 행사의 한 부분으로 우리 한복을 검찰청 검사들에게 소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뿐 아니라 내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참가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한복에 대해 어떤 것을 이야기해야 하나?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한복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숙제가 시작 되었다. 한복의 장점이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자 하니 누구든 자기나라 의상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는 일이 될 것 같고, 더욱이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아닌 그들에겐 금방 잊혀져버리는 기억이 될 것 같아 한 가지만 정확하게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복의 대표적인 특징을 짧게 설명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설의 하이앤드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가 뉴욕 패션 위크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패션을 공부하는 많은 이들에게 모티브가 되기도 한 한복의 현재의 위상을 말하기로 했다.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경험을 통해 Korean Traditional Dress는 ‘한복’ 이라는 것, 그냥 ‘한복 (Hanbok)’ 이라는 단어를 기억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거기 계신 모든 분들의 수준으로 보아 일본의 ‘기모노’ 또는 인도의 ‘사리’ 정도는 모두 다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한복’이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들은 분명 꽤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 ‘한복’이라는 말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얼마 전에는 타임스퀘어 한식 페스티벌에서도 전통 혼례를 진행했었다. 실제의 신랑, 신부가 타임스퀘어에서 많은 군중들을 증인 삼아 한국 전통 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길을 지나던 모든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신랑 신부들은 모든 이의 짜릿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모든 신랑, 신부에게 허락되는 것은 아닌, 그날의 커플에게는 평생 기억할 소중한 추억을 만든 행사였다.

매장에서 일하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참으로 열려 있는데,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것을 소개하고 전하는 일에 어색해 한다는 것을... ‘기모노’나 ‘사리’처럼 우리의 ‘한복’도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날을 기다린다.

<박신효/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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