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진위험 알지만 보험료 비싸서

2017-05-16 (화) 12:00:00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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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 안되면 보상 없는높은 디덕터블도 문제

▶ 한인 가입률 10% 불과

2010년 이후 가주에서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 안드레아스’, ‘2012’ 같은 지진 피해를 생생히 묘사한 할리웃 영화들이 관심을 끄는 등 지진에 대한 위험성과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자주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한인을 비롯한 가주 내 주택소유주들의 지진 보험 가입률은 아직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주 내 한인 주택소유주들의 지진보험 가입률은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 꼴로 지진보험에 가입하는 셈이다.


▲ “디덕터블보다 피해액 높게 나올까” 고민


지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부분 한인들은 높은 디덕터블(본인부담금) 때문에 자신들이 보험회사에 지불하는 금액만큼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인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천하보험 스티브 윤 전무는 “디덕터블은 주택 피해의 경우 통상 재건축 비용의 10% 또는 15% 선에서 책정된다”며 “높은 디덕터블 때문에 진도 6.5 이상의 강진으로 집이 완전 붕괴되지 않는 한 보험에 의한 보상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이런 재난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강도의 지진이 발생해 디덕터블을 훨씬 뛰어넘는 피해가 발생해야 지진보험 가입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주택소유주들이 보험가입을 회피하는 결정적 이유라는 것이다.

▲높은 보험료 부담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체감상 와닿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지진보험료를 납부하는 것 역시 만만찮은 재정 부담이다. 보험료 산출방식은 주택의 위치와 언제 건립됐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위험지역, 즉 지진대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보험료가 조금 낮아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지진국’(CEA)에 따르면 주 전체 평균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 말 현재 LA 카운티의 경우는 연 1,0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등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 보험료는 평균수준보다 훨씬 높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평균 보험료는 2,000달러 선이다. 버클리 지역에서 2011년 주택을 구입한 한 남성은 주택가격이 100만달러를 넘어가자 지진보험에 가입하려다가 포기했다. 보험료가 연 4,000달러인데다가 디덕터블도 8만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주택보험 판매시 반드시 지진보험 견적 제공해야

캘리포니아주의 보험규정은 보험사가 주택보험을 판매할 때 반드시 지진보험 견적을 제공하게 되어 있다. 이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CEA의 관리를 받는 회사들이다. 단 지진보험은 아무 때나 구입할 수 없으며, 주택보험을 새로 구입하거나 갱신할 때, 그리고 현재의 주택보험을 다른 회사로 옮길 때 가능하다. 물론 지진보험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험사가 있지만 보험료가 높은 게 흠이다.

한 한인 보험에이전시 관계자는 “많은 한인들은 지진위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가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지진보험을 구입할 것인지를 놓고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언제 그 같은 지진이 발생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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