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은 성추행 소굴인가”

2017-03-25 (토) 05:44:16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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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버클리 철학과 교수 성추행 소송 당해

▶ 천문학자* 부총장*법대학장에 이어

UC버클리 철학과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소송당해 또다시 대학 명예가 추락했다.

2014년 UC버클리를 졸업한 후 존 시얼(John Searle, 84) 교수의 연구조교로 근무한 조앤나 옹(24)은 시얼 교수가 부적절한 신체접촉뿐 아니라 연구작업을 위해 연인관계로 발전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라메다카운티 수퍼리어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최근 수년간 UC버클리는 성추행에 연루된 유명 천문학자, 행정 부총장, 법대 학장 등에게 감봉과 면직처분이라는 가벼운 징계만 내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지난 11월에도 UC버클리 건축학과 나자르 알사이야드 교수가 학생을 성적으로 괴롭혀온 사건이 드러나는 등 고질적인 병폐인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옹은 시얼 교수 연구소 디렉터에게 성추행 사건을 처음 보고했으나 오히려 디렉터는 시얼 교수가 학업상 이득이나 혜택, 금전의 대가로 학생들과 성적관계를 맺어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송서류에 밝혔다. 또 시얼 교수와 일하는 어느 누구도 성추행 사건을 상급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사건 보고후 아무 설명없이 옹은 급여를 절반 이상 삭감당했고 지난해 9월 해고됐다고 밝혔다.

한편 시얼 교수도, 연구소 디렉터도 언론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UC버클리 당국은 시얼 교수가 은퇴한 명예교수로 권한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재 강의를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UC산타크루즈 교수의 학생 강간 소송으로 115만달러의 합의금을 얻어낸 옹의 변호인 존 크리스텐-센은 “옹은 현재 여행중”이라면서 “시얼 교수가 적대적이고 어색한 작업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시얼 교수가 ‘슈가 베이비 슈가 대디’ 웹사이트에 옹이 등록하도록 부추겼고 옹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포르노그라피를 보았으며 추파를 던지는 이메일을 보내고 성관계를 갖자고 했다고 밝혔다.

1959년부터 UC버클리에서 자유의지와 합리성 강의를 맡아온 시얼 교수는 ‘인간문명의 구조’ ‘합리적인 행동’ 등의 유명저서를 출간한 저자이며 2004년 내셔널휴머니티스 메달을 받기도 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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