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었던 스마트 홈 기기가 내 사생활 침해의 주범?

2017-03-23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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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창업자도 랩탑 카메라 가리고 사용

▶ 컴퓨터와 다른 와이파이 설치도 보안에 도움

스마트 홈 기기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들

조지 오웰의 소설‘1984’의 우려가 현실화 되는 듯하다. 초강력 정부를 지칭하는 빅 브라더가 개인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허구였지만 인터넷 기술과 스마트 기기 보급으로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최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 홈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스마트 홈 기기를 대상 해킹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해커가 취약한 기기를 통해 사용 가정의 무선 인터넷 망을 뚫으면 집안 내 모든 스마트 홈 기기를 통제할 수 있고 개인 정보까지 얼마든지 빼내갈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업체‘리얼터 닷컴’이 스마트 홈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령을 소개했다.


■ 컴퓨터 기기, 스마트 홈 기기 와이파이 별도 설치


스마트 기기를 통한 해킹 범죄의 최종 목적지는 무선 인터넷 망이다. 무선 인터넷 망만 점령하면 집안 모든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기기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마트 기기 연결용과 컴퓨터 기기 연결용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별도로 설치해 사용하면 안전하다. 예를 들어 2개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설정한 뒤 스마트 가전제품과 컴퓨터,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 컴퓨터 기기를 나눠서 연결하는 것이다.

별도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사용할 경우 해커들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각종 개인 정보가 담긴 컴퓨터 기기로 침투하는 경로가 복잡해진다.

또 다른 방법은 와이파이 네트워크 이름이 공개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일단 해커의 눈에 띄지 않으면 무작위로 해킹 피해를 입게될 확률도 낮아진다.

■ 내 정보 공유 되는 지 확인

스마트 홈 기기를 구입하기 전 제조업체측 공지 사항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기기를 통해 수입되는 개인 정보를 제 3의 업체에게 제공하는데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스마트 TV 제조업체는 지난 2015년 자사제품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타업체와 공유하겠다고 소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린 바 있다.

이 같은 공지 사항을 모르고 기기를 구입하면 스스로 소중한 개인 정보를 기기 제조업체에게 바치는 것과 다름없다. 업체측 공지 사항은 물론 스마트 홈 기기 관련 웹사이트나 기사를 통해서 어떤 회사 제품이 개인 정보 수집 동의를 요구하는 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 비밀 번호 변경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지켜진다. 디지털 기기 중 비밀 번호 기능이 없는 기기가 없다. 비밀 번호를 설정해야 다른 사람이 동의 없이 기기를 열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에 모두 있는 비밀 번호 기능이 안전의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런데 스마트 홈 기기에도 비밀 번호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스마트 홈 기기를 단지 가전제품으로만 취급해 비밀 번호 기능을 설정하지 않을 때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된다. 비밀 번호 기능을 지닌 스마트 홈 가전제품은 제조업체가 지정한 비밀 번호가 딸려 온다.

이 비밀 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사용하게 되면 비밀 번호가 유출됐을 경우 해킹 피해가 우려된다. 사용 설명서를 잘 살펴보고 비밀 번호가 지정된 기기라면 바로 비밀 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해커의 공격을 막는 첫 단계 작업이다.

■ 업데이트 수시 다운로드

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최신 업데이트를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쁜 업무 중이라서 메시지를 무시하게 되고 귀찮다는 이유로 나중으로 미루기도 한다. 업데이트 경고를 무시하는 행위는 해커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대부분의 업데이트가 최근에 발견된 인터넷 보안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많기 때문에 메시지 전달과 함께 즉시 다운로드해서 사용중인 기기를 해커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컴퓨터처럼 생기지는 않았어도 스마트 가전기기 역시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실시되는 제품이다. 만약 업데이트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능이 있다면 즉각 업데이트를 실시해야 안전하다.

최근 스마트 홈 기기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인데 스크린 장치가 없는 전구와 같은 기기는 업데이트 메시지를 전달받기 어렵다. 이럴 땐 소비자가 해당 제품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업체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최신 업데이트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카메라, 마이크 테이프로 가리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 카메라 부분과 마이크 잭 부분에 반투명 테이프를 붙여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언제 컴퓨터에 침입할지 모르는 해커들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별다른 가림 장치 없이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하다가 해커가 침입하면 개인의 사생활이 해커는 물론 전세계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피해가 우려된다.

같은 이유로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 폰, 태블릿 PC의 카메라와 마이크 잭 등에 테이프를 부착하는 습관을 들이면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를 막을 수 있다. 저커버그 뿐만 아니라 상당수 IT업체 관계자들도 이미 평소에는 테이프를 부착했다가 사용할 때만 잠시 떼어내는 해킹 방어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설마가 사람 잡는다

‘설마 내가’하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유명인도 아니고 중요한 정보도 없다는 생각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해커의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인 가정의 스마트 가전제품을 통해 침입한 해커가 해당 가정의 컴퓨터를 ‘야동 사이트’ 서버로 둔갑시켜 버릴 수도 있다.

스마트 홈 기기를 사용하다가 졸지에 야동 사이트 운영자란 누명을 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해킹 피해가 우려되거나 의심되면 인터넷 보안 전문가를 통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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