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라졌다 나타나서는 “임금 못 받았다”…‘최종임금 미지급’ 소송꾼 기승

2017-02-24 (금) 03:49:52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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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직서·연락처도 안 남기고 잠적

▶ 한인 영세업주 상대, 수천달러씩 뜯어내

건축업을 하는 한인 정모씨는 얼마 전 돌연 회사를 그만둔 히스패닉 직원 A씨로부터 임금 미지급 소송을 당했다. 공사 직원으로 채용된 A씨는 2주 정도 근무한 후 지급이 안 된 600달러의 급여를 받지 않고 돌연 잠적했다가 한 달 쯤 뒤에 갑자기 정씨가 노동법을 위반했다며 4,000달러의 최종임금 미지급 벌금(Waiting Time Penalty)을 내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씨는 “사직서도 제출하지 않고 갑자기 그만 둬 연락도 취했지만 계속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며 “느닷없이 노동청으로부터 최종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소장이 전달돼 좀 당황스러워 주위에 이야기를 했는데 타 건설업체에서도 동일한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한 상습범이었다”고 억울해 했다.

소규모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도 지난해 말 두 명의 직원으로부터 최종임금 미지급 소송을 당해 결국 합의금으로 수천달러를 지불한 경우다.


김씨는 “보름 정도 일한 뒤 갑자기 나오지 않아 수차례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아서 체크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몇 달 뒤 최종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며 “고용계약서에 있는 주소로 체크를 보냈어야 했는데 결국 새로운 직원을 구하는데 노력한 시간에 합의금까지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한인 의류 및 요식, 건설 등 업체에 고용된 히스패닉계 직원들이 일정 기간 근무하다가 의도적으로 미지급 임금을 받지 않고 잠적한 후 고용주에게 최종임금 미지급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으로 한 달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어 한인 업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인 노동법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고용주가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최종급여(final paycheck)를 노동법 규정에 맞게 정산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을 받아 내는 등 노동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노동법 203조항에 따르면 고용주가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그만둔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72시간이내에 최종 임금을 정산하도록 되어 있다. 또 고용주가 해당 직원을 해고할 경우 당일 최종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경우에 충족하지 않을 경우 직원의 일일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최대 한 달치 급여를 벌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일부 악덕 노동자들의 경우 이 규정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형직 변호사는 “의류나 요식 등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는 직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바로 주지 않고 다음 급여 지급일을 기준으로 체크를 발행하는 등 대부분의 회사들이 현실적으로는 최종임금 미지급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 하지만 일부 직원들의 경우 이를 악용해 다른 업소를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이와 관련한 노동법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 미지급 임금을 규정에 맞게 즉시 지급하고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직원들 전화번호나 집 주소 같은 연락처를 반드시 확보할 것 ▶전화,이메일, 텍스트로 미지급 임금에 대한 수표 지급을 문의하고 ▶이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 최종 주소지로 체크를 등기우편으로 보내 증거를 남길 것 등을 조언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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