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인한 가금류 대량 살처분에 우려를 표하고 이윤 중심 경제체제에서 생태 중심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의 한 농가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뒤 지금까지 약 3천3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1초에 6마리꼴로 가금류가 살처분된 셈이다.
종교계는 이런 살처분이 생명 윤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AI 문제의 근원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많은 숫자의 동물을 강제로 죽이지 않는다”며 “동물 생명권과 복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는 AI 예방과 방역 대책에 대해 수년째 대책다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집단 공장식 사육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축산 자본에 대한 책임성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회도 이날 성명에서 “AI가 발생한 중요한 이유를 공장식 밀집 사육과 고기를 향한 욕망, 정부의 인간 중심적인 정책, 재벌 자본 중심의 탈취적 경제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식 밀집 사육이 닭과 오리의 면역체계를 악화시켜 동물들이 고병원성 AI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모든 생명은 하나님과의 계약으로 맺어진 존재이지, 인간의 욕망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윤 중심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인간 중심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전체 생명을 위한 기업과 농업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