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
▶ 공화당 선거 승리 원인일 수도
▶ 주요 사건 이후 ‘커졌다’ 인식↑
▶ 민주당 승리 다음해는 낮아져

갤럽의 조사에서 ‘종교 영향력 커졌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 [로이터]
미국 성인 10명 중 세 명 이상이 종교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가 ‘종교가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실시된 조사(20%)에 비해 14%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지난 12월 조사 때(35%)와 비슷한 수준이다. 응답자 다수인 약 59%는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작년(75%)보다 줄어든 수치다.
갤럽은 매년 두 차례 이상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을 묻고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15년간 이어졌던 ‘종교 영향력 감소’ 인식의 추세와 다른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과거에도 주요 사건 이후 종교 영향력이 커졌다는 인식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9·11 테러(2001년) 직후로 그해 12월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1%가 ‘종교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답해, 해당 조사가 시작된 195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 다른 급증 사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다. 2020년 4월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38%가 ‘종교의 영향력이 증가했다’고 응답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19%)보다 두 배 증가했다.
이처럼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종교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성인의 47%로, 1년 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미국인의 개인적인 신앙심이 변화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 기간 중 발생한 종교 주요 사건으로는 지난 5월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인 최초로 가톨릭 교황에 선출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갤럽 측은 “이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시작된 인식 변화 이후에 일어난 일로 이번 조사에 나타난 인식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갤럽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인식 변화가 지난해 가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정부를 장악한 데 대한 반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94년 공화당이 40년 만에 의회를 장악했을 때도 실제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2000년, 2010년, 2016년 등 공화당의 선거 승리 이후에는 종교 영향력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종교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09년 5월(18%)과 2021년 5월(16%)로 모두 전년도에 민주당이 연방정부를 장악한 이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