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현장에 ‘젊은 피’가 모자란다

2017-02-08 (수)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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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이민사회 모두 고충 토로

목회현장에 ‘젊은 피’가 모자란다

한국의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생들이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초대교회 시절 누가는 바울을 수행하며 선교에 동참했고 영적 성장을 이뤘다. 사도 바울의 신앙과 헌신의 물줄기는 자연스럽게 후배인 누가에게 흘러들었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아마도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술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교회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신학교 입학률이 치솟고 젊은 목사들이 줄지어 배출됐다. 하지만 기존교회에 부임할 기회가 줄고 새로운 교회 개척은 끝 모를 가시밭길로 인식되면서 목회의 길을 선택하는 청년 세대가 급감하고 있다.

국제적인 신뢰를 받는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시무하는 담임목사 가운데 10명중 7명(69%)이 ‘교회 사역을 맡을 젊은 목사를 구하기 매우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런 현상은 이민교회라고 다를 바 없다. 한어권 목회자는 지금도 꾸준히 한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역지를 찾기 힘든 한국 목사들 사이에서 북미 지역의 교회는 여러모로 인기 좋은 사역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민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타문화에 대한 적응이 미숙한 한국 출신 목회자와 이민자 성도 사이에 갈등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이민사회의 연조가 깊어지면서 미국화 된 성도와 한국식 목사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또 미국과 캐나다의 유명 신학교를 졸업하는 목사가 증가하면서 이민교회도 이들을 담임목사로 선호하는 추세가 확연하다.

하지만 청년 세대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영어권 젊은 목회자를 청빙하는데 수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낙 인재풀이 좁은 사정이라 그 중에서 영성과 사회성, 지성과 가능성을 두루 갖춘 목회자를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한어권 교인과 소통 문제까지 고려하면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한어권 목회도 차세대 영적 지도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는 사실상 마찬가지다. 이민사회와 이민교회 사정을 파악하고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영적인 젊은 목사는 그리 흔치않다. 더구나 언어와 문화 등 미주 지역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할 경우 ‘옥석 고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바나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목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젊은 목사의 현황을 조사했다. 현직 목회자들은 대부분인 10명중 9명이 ‘유망한 젊은 그리스도인에게 목회의 길을 권유한다’고 대답했다. 거의 모든 목사들이 부지런하게 젊은 크리스천에게 목회의 길을 권장하지만 실제로 목회를 이을 적임자를 구하는 데는 곤란을 겪는 것이다.

바나그룹은 많은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이들이 의미 있고 영향을 나눌 수 있는 일자리를 갖고 싶어 하지만 정작 목회자를 커리어로 선택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적지 않은 주류 교단들이 특히 인구가 적은 중서부 지역 등에서 교회의 담임목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50명 미만의 소형 교회 가운데는 담임목사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교회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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