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칠전팔기(七顚八起)

2017-01-16 (월) 연창흠 논설위원
크게 작게
시작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나 얻지 못한다. 목표는 누구나 갖고 있다. 그 역시 모두가 이룰 순 없다. 그만큼 ‘끝까지 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사람은 누구나 목표가 있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차이는 순간순간 부딪치는 한계지점을 대하는 태도가 좌우한다. 한계지점에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인내력을 상실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어려움과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더욱 노력할 때에만 목표에 이룰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이나 목표지향성을 ‘그릿(GRIT)이라고 표현한다. 그릿이란 끈질긴, 근성, 용기, 담력, 기개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힘. 역경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디는 마음의 힘. 이런 것을 통칭하는 단어가 그릿이다.


미국 심리학자이자 대학교수인 더크워스가 저술한 ‘그릿’이란 책은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력과 끈기를 견지하지 않으면 위대한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고 제시한다. 실패와 역경, 슬럼프를 극복하고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공의 요인이 ‘그릿’이라 설명한다. 성공한 리더는 한결같이 ‘그릿’이 높다고도 분석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에서도 ‘그릿 점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적잖은 생도들이 첫 학기 집중군사훈련 도중에 포기한다. 높은 경쟁을 뚫고 어렵게 입학한 생도들이 수능이나 체력점수가 아닌 첫 군사훈련 도중에 부딪치는 한계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다.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디며 이를 다시 극복하는 ‘그릿’의 차이인 셈이다.

‘그릿’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 한다. 기를 수 있는 심리적 자산은 4가지다. 누구나 이러한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첫째는 ‘열정’이다. 관심사를 분명히 하란 의미다. 둘째는 엄청난 연습이다. 관심사를 남다른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질적으로 다른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높은 목표의식이다. 남을 위한 이타심이 그릿이 기초가 되는 동기란 얘기다. 넷째는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희망을 품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흔히 성공하는 사람의 특성은 ‘열정’과 ‘끈기’라 한다. 성공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성공의 진짜 열쇠도 ‘그릿’이다. 실패에 좌절하는 사람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깨우치란 말이다.

‘그릿’은 한자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일맥상통한다. 90세의 우공이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얘기다. 그 이야기는 어떠한 어려움도 굳센 의지로 극복할 수 있음을 비유한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도 주고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그릿이야말로 우공이산의 참의미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 오늘날은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보다 역경지수(AQ)가 더 중요하다는 이론과도 통한다. 뿐만 아니다. ‘상처 입은 굴이 진주를 만들고, 사람의 참 모습은 진정 어려울 때 잘 드러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순간순간 한계지점이 찾아온다. 자신의 목표가 좌절될 때가 있다. 가정에 우환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업이 망할 때도 있다. 한인사회가 분열될 때도 있다. 고국에 망조가 들 때도 있다. 그런 위기 앞에 포기는 위험일 뿐이다. 끈기로 버티며 한발 더 나아갈 때 오히려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삶의 여정에 항상 ‘그릿’의 정신을 앞세워야 하는 이유다.

요즘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바라는 삶을 키워나가기 쉽지 않다. 전진보다는 우선멈춤이면 다행이라 여긴다. 중도하차나 거꾸로 가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삶에 더욱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여러 번 실패했더라도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칠전팔기(七顚八起)!’ 자세가 필요하다.

<연창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