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킹 목사와 서재필의 꿈

2017-01-13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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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아 첫 연방공휴일은 ‘마틴 루터 킹의 날‘로 1월 세 번째 월요일인 16일이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여성의 권리신장 운동, 흑인의 인권신장 운동의 불이 지펴진 획기적인 시대였다. 이 60년대 흑인인권운동의 지도적 인물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1929년 1월15일~1968년 4월4일) 목사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1963년 8월28일 워싱턴 DC에서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흑인들이 모여 건국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바로 여기에서 킹 목사는 ‘I Have a Dream’이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옛 노예의 자손들이 옛 노예 소유주의 자손들과 함께 형제애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되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흑인 어린이들이 백인어린이들과 형제자매처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입니다.”


이 말을 남긴 킹 목사가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1968년 멤피스에서 암살된 지 40년만인 2008년 미국의 첫 흑인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취임했다.

사람들은 드디어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가 실현되었다고 환호 했다. 현재 흑인들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백인들과 완전한 평등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오바마 재임 8년동안에도 수시로 흑인 차별 반대시위가 일어났고 흑백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킹 목사의 꿈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불법체류자 추방에 테러국 출신 이민자 입국금지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다. 이 혼란한 시기에 소수계 이민자로 사는 한인들도 속이 복잡하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꿈을 떠올리며 189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시민권을 받은 서재필(1864년 1월7일~1951년 1월5일, Philip Jason )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유추해본다.

서재필은 갑신정변의 주역 중 한사람으로 3일 천하가 끝나자 미국 망명길에 올랐을 때 불과 21세였다. 이국땅에 홀로 떨어진 그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교회와 야간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조지워싱턴대학 의대를 졸업, 1893년 의사면허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유색인종에 대한 무시와 차별, 시달림을 받았고 개업을 했지만 인종차별때문에 병원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10년 만에 조선으로 돌아가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협회를 설립하여 민주주의와 참정권을 소개한 서재필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문구 사업을 시작한다. 1919년 3.1운동 소식을 접한 후 전 재산을 정리하여 독립운동에 투입하면서 생활이 궁핍해진다.

다시 필라델피아대학, 필라델피아간호학원에 강사직을 얻었으나 유색인종이라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했고 여러 병원에서 의사로, 병리학 연구원으로 일해야 했다.
해방후 군정청 최고고문으로 있을 때인 1948년 초대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재필 추대 움직임이 있었으나 “나는 연로했고 원래 지위와 권세에는 아무런 뜻이 없으며 오로지 동포들의 교육과 계몽에 힘쓰고 싶다.” 며 거절한 후 미국으로 돌아온 서재필은 1951년 필라델피아에서 사망했다.


그는 인권은 하늘이 부여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그가 죽기 전까지도 미국의 여성과 흑인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었다.

서재필은 살아생전 꿈을 꾸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주한인들이 이 땅에서 백인, 흑인과 나란히 앉아 수업을 하며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 하는 꿈입니다. 한인의사들이 백인, 흑인 아이들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진료를 하는 꿈입니다.......”

그의 사후 66년, 서재필의 꿈은 일부 이뤄졌다. 한인들은 주류사회로 진출하여 정치 사회 경제 교육 여러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킹 목사의 꿈, 서재필의 꿈, 그리고 새해를 맞아 나의 꿈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꿈이 아니다.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그 꿈을 향해 달려나가야 한다. 그 꿈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꿈이라면 더욱 좋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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