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토킹 범죄 현장을 비추는 빛

2016-12-19 (월) 김지예/ 뉴욕가정상담소 홍보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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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혁수 (가명) 는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 있는 여성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몇년간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군 복무로 한국에 머물었던 당시 휴가 차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갈 때 동네에서 몇 번 스친적이 있는, 그냥 정말 얼굴만 아는 이로부터 말이다.

나는 혁수를 대학교에 다닐적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됐다. 남자다운 외모와 따뜻한 매너로 흔히들 말하는 ‘훈남’ 이라는 소리를 듣는,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은 착한 친구였다.

내가 혁수의 비밀을 알게된건 어느날 밤 혁수에게서 걸려온 다급한 전화 한통에 의해서였는데, 자초지총을 들어보니 자신을 지난 3년여 동안 온라인으로 스토킹해 온 가해자 여성이 한국에서 자신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고 방금 뉴욕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처음듣는 기이한 이야기에 놀란 나에게 혁수는 혹시 누군가 연락해 자신을 찾으면 모른다고 하라며 당부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뉴욕에 오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혁수 주변인들에게 연락해 혁수를 찾으러 간다고 했던 모양이었다. 또 혁수와 결혼한 사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친구로서 걱정이 되었고 혁수를 안심시키며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혁수는 학교 Public Safety 부서의 도움으로 경찰 리포트를 받아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고 혁수를 만나는데 실패한 가해자 여성은 이 곳 경찰과 한국에 있는 그녀 가족의 설득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로인해 혁수는 몇년간 이어졌던 스토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은밀히 다가가 상대를 괴롭히고 상대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를 말한다. 극성팬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는 가수 마돈나와 한국의 인기 아이돌 스타들은 스토킹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안타깝게도 스토킹의 위험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존 레넌 등의 피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스토킹이 스타들의 주변에서 벗어나 어느새 일반인들에게도 만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가정상담소는 2016년 상반기 6개월 동안 총 1,424명을 도왔고 그 중 75%인 1,063명이 범죄 피해자로 가정폭력, 성폭력, 폭행, 아동학대 그리고 그 외 인신매매와 스토킹 관련 내용이었다. 스토킹 관련 상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스토킹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는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인지와 정보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스토킹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우리 가정과 사회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가기 위해 계속해서 인식을 높혀가는건 어떨까? 인식 높이기는 생각보다 작은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주변 사람들과 스토킹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스토킹 범죄현장을 비추는 작은 불빛이 되어 이 후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으러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는 큰 빛이 될것이다.

<김지예/ 뉴욕가정상담소 홍보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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