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메이징 그레이스

2016-12-17 (토) 윤혜영 병원근무/ 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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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LA공항의 검색대를 지키던 보안 요원이 교수님이 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을 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으앗, 이 흉기를 가지고 무얼 하려고 하느냐? 그의 손에는 커다란 톱이 들려 있었다. “이건 흉기가 아니고 내 악기다. 나는 뮤지션이고 이 톱은 내 악기다.”

“뭐라고?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이 흉기가 악기라고? 이런 흉기를 가지고 어떻게 비행기를 타려고 하느냐, 압수하겠다. 절대 이 흉기를 가지고 비행기를 탈수는 없다” 순식간에 보안 요원 몇 명이 그들을 둘러쌌다. 자칫하면 수갑이 채이고 끌려갈 기세다.

“그러면 내가 악기임을 증명해 보일 테니 내게 달라” 임 교수는 검색요원에게 사정하였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보는 요원에게서 톱을 받아든 임 교수는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천천히 톱을 켜기 시작하였다. 나무를 자르는 연장에 불가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톱에게서 신비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온갖 소음으로 옆 사람과도 큰 소리를 내야 대화가 가능한 공항안의 드넓은 홀이 순식간에 정적으로 빠져들며 그 어떤 악기도 낼 수 없는 명주실같이 가늘고 섬세한 음색이 홀 안을 가득 채웠다. 모든 동작이 멈추고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운 속에 로비를 꽉 찬 수많은 사람들의 귀에 아름다운 선율이 마치 꽃향기처럼 흘러들었다.

숨죽여듣던 사람들 가운데는 눈물을 글썽이며 음을 따라 부르기도 하였다. 3절까지 끝내고 일어나 자리에서 일어난 그에게 쏟아진 갈채는 그가 생전 경험한 연주 가운데 가장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몰려와 이 톱이 정말 나무 자르는 연장인 그 톱인 것이 맞느냐며 감탄했다.

흉기라고 톱을 압수하겠다던 요원도 신기한 듯 톱을 다시 한 번 쓰다듬어 보며 외쳤다. “원더풀, 원더풀… 유 캔 고우” 방금 연주를 끝낸 어메이징 그레이스 멜로디가 공항밖으로 흩어져나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합창이 되어 울려 퍼졌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다.” 이 에피소드는 그에게서 직접들은 그의 경험담이다. 임정은 교수님..

지난달 10월 16일, 이 위대한 톱 연주자의 뷰잉 예배에 참석했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가슴에 담은 듯 평온한 그의 얼굴은 선한 싸움 다 이기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예수님의 품에 안겼다. 바리톤 김명지 교수가 조가 ‘주님의 품에’를 열창 할 때 그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 저의 잠을 덮게 하소서…”>

곧 떠날 것을 예견 하셨던 듯 이 시를 애송 하셨다고 했다.
본인이 암 투병을 하면서도 내가 근무하는 병원 암환자 서포트 그룹 연례 초청 음악회에서 모인 사람들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던 그의 톱 연주를 더 이상은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은 이 가을 나를 슬프게 한다.

<윤혜영 병원근무/ 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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