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의 안위와 미래가 먼저다

2016-12-0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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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는 탄핵(彈劾?impeachment)이란 용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알아본다. 탄핵이란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기관에 의한 소추(訴追)가 사실상 어려운 대통령?국무위원?법관 등 고위공무원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행위 혹은 제도이다.

한국의 경우, 1925년 이승만대통령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의 탄핵결정으로 임시대통령직에서 면직됐다. 이대통령은 1948년부터 3대에 걸쳐 대통령직을 역임했다. 4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1960년. 학생들이 주축이 된 4.19혁명 후, 3.15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4월26일 하야, 하와이로 망명한 후 1965년 7월 사망(90)했다.

또 한 건의 탄핵사건은 2004년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거다. ‘노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정당을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계속해 왔고 본인과 측근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초래, 국민경제를 파탄시켰다’고 탄핵이유였다.


하지만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기각가결(5월14일)로 무산됐고 직무정지 됐던 노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박근혜대통령이 탄핵소추가 될 경우 노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본인(박근혜)과 측근(최순실)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국정이 마비되는 국가적 위기상황 초래와 국민경제의 파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경우, 1868년 남북전쟁 후 앤드루 존슨대통령이 남부재건의 온건정책에 반대한 북부 공화당급진파와의 대립으로 탄핵재판을 받았으나 1표차로 부결됐다. 또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닉슨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4일 후 닉슨은 스스로 하야했다. 미역사상 대통령이 재임 중 하야한 첫 케이스다.

닉슨을 하야하게 한 워터게이트사건이란 무엇이었나. 한 마디로 닉슨대통령과 측근들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정치스캔들이다. 워싱턴D.C.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호텔 내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본부 사무실에 대통령의 지시로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이 들통 난 거다. 닉슨은 끝까지 발뺌하려 했으나 결국 국회에 굴복하고 하야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은 지퍼 게이트로 명명된다. 탄핵과정은 1998년 1월부터 13개월 동안 계속됐다. 사유는 클린턴대통령의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클린턴과의 성행위가 발단이다. 르윈스키는 클린턴과의 관계를 친구인 린다 트립에게 고백했고 린다는 그걸 녹음해 특별검사인 케네스 스타에게 전달했다.

성관계를 갖이 않았다고 거짓말로 일관하던 클린턴의 지퍼게이트는 위증죄와 사법방해혐의란 죄목으로 청문회를 거쳐 국회로 넘어갔다. 1998년 12월, 하원에서 228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남은 건 상원. 미국은 한국과 달리 헌법재판소가 아닌 상원에서 탄핵이 결정된다. 1999년 1월, 상원에서 탄핵재판이 시작됐다.

2월12일, 상원 표결결과 중 위증죄는 찬성45와 반대55로, 사법방해혐의는 50대 50으로 탄핵은 부결됐다. 클린턴은 사지(死地)와 같은 벼랑 끝에서 살아났고 2001년까지 그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래서 운 좋기로 유명 난 클린턴이었지만 이번에 부인 힐러리의 대통령낙마로 그 운이 다한 것 같다.

브라질의 경우, 1992년 12월. 32대 대통령 페루난두 지 멜루는 하원의 탄핵가결을 앞두고 하야했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재선에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70). 2016년 5월12일 탄핵심판으로 직무 정지됐고 8월31일 상원투표를 통해 탄핵이 확정돼 물러났다. 사유는 경제적자를 숨기기 위한 회계장부조작 및 비리 등이다.

다시 한국의 경우, 박근혜대통령, 호세프의 전철을 밟을 건가.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2018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으로는 탄핵 아니면 조기퇴진으로 임기를 다하지 못할 것 같다. 탄핵소추가 될지는 미지수다. 조기 퇴진은 박근혜, 본인이 밝힌 바다. 탄핵이든 하야든, 국가의 안위와 미래가 먼저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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