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이여! 여명이 밝아온다

2016-11-09 (수) 여주영/ 주필
크게 작게
2011년도 동일본 대지진 때 일어난 많은 사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두 일본인의 실화가 있다. 게센누마 시의 어부 사이또씨와 후다이 마을의 촌장 와무라 고토쿠씨의 이야기다.

사이또씨는 지진이 났을 때 먼저 바다로 급히 뛰어나갔다.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배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느만큼 가다 뒤를 돌아보니 육지는 벌써 불바다가 되었고 가족은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이튿날 겨우 육지에 돌아오고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다 6개월후 발견된 차속에는 어머니와 아내, 자식들이 문이 잠긴 채 그대로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당시 바다로 나갈 때 자신이 가족보다는 먼저 배를 챙기려고 한 점과 가족에게 ‘높은 곳으로 피신하라’는 말 한마디를 못하고 떠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생활하고 있다 한다.

또 와무라 고토쿠씨는 쓰나미가 올 것을 대비해 마을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다. 그는 땅 주인을 설득시키고 막대한 돈을 모아 예전의 쓰나미 높이 14미터 보다 높은 15미터의 제방을 쌓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30-40년에 한 번씩 오는 쓰나미를 거뜬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 바람에 후다이 마을은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죽자 그의 묘지는 항상 꽃을 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미 역사상 가장 나이든 후보들, 그리고 남녀 간에 벌어진 성 대결이 마침내 종결됐다. 내용적으로는 완전히 두 패로 갈라져 지금까지 미 대선에서 가장 상처투성이로 치열하게 난투극을 벌인 이번 대선이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 성추문,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그리고 상대후보에 대한 공격, 비방 등으로 전례 없는 얼룩진 선거였다, 그러나 치열한 난타전은 이제 모두 끝나고 선택은 하나로 모아졌다.

새로 선출된 제45대 대통령은 이제 승리에 대한 도취나 환상도 잠시, 속히 현실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그만큼 미국의 현실은 경제가 침체하고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많이 추락하고 외교적으로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를 타개하려면 우선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갈수록 몰락하는 중산층을 복원하고 절대적 빈곤으로 신음하는 수많은 가정을 구제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 대통령이 사람보다 배를 먼저 챙기려다 가족 모두를 잃고 가정이 산산조각이 난 어부 사이또와 같은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 거대한 재난 앞에 먼저 마을 전체의 인명구조와 재산을 생각한 촌장 와무라코트구와 같이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국정을 펼쳐야 한다. 그것은 점점 상실돼 가는 ‘기회의 땅’ 미국을 복원하고 실의와 좌절감에 빠진 많은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다시 찾아주는 리더십이다. 그것이 되면 미국은 또 다시 굳건한 반석에 설 수 있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과 환난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철저하게 갈라졌던 민심이 다시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세네카는 “위대한 지도자는 두려워하지도 근심하지도 않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무쪼록 새 대통령이 나라를 살리겠다는 신념을 갖고 미국을 다시 살기 좋은 나라로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새 대통령에게 모든 국민이 바라는 염원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회복을 통한 민생고 해결이다. 게다가 외교문제, 이민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제 당선된 대통령은 이 모든 국정을 잘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의 허물과 잡음을 다 뒤로 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내 한 몸 던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또 한 차례 미국의 번영은 새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새 역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제45대 미국의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여! 여명이 밝아온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