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

2016-11-08 (화) 남화수 뉴욕가정상담소 사회복지사/ 뉴욕주 정신건강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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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는 가정폭력이란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화두가 되었다.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학대란 말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새로운 장치가 생기고 복지 프로그램도 많이 발달되었지만 폭력을 제대로 이해 하기는 쉽지 않은것 같다. 폭력이란 중심에는 잘못된 ‘지배욕’ 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법대로 상대에 대한 배려나 이해, 존중없이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정신 분석 심리학자들은 자라는 과정에 채우지 못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개인이 보고 배운 방법으로 채우려는 욕구라 할 것이다. 그리고 약육강식의 원칙에 따라 약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마치 벗어나기 어려운 채 바퀴처럼 보인다. 이 지배력을 부채질 하는 것은 불안감 또는 두려움일 것이다.

자신이 잃어버리거나, 빼앗기거나, 고립되거나, 다치거나 해서 위협되는 개인의 안정. 그러나 이런 생존감이 다른 한 개인의 삶을 밟고 서야 하는 것이라면 절대 용납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사람들끼리 하는 말 중 ‘ 좋은게 좋은 거다 ‘ 라는 말이 있다. 서로 시시비비를 너무 가리지 말고 왠만하면 넘어 가자는 선조들의 관대함이 담겨있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선한 의도가 오도되어짐을 자주 보게 된다.

현대화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가부장 중심과 계층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에 절대 복종 및 침묵을 덕목으로 여기며 합리화시키고 강요할 때 그렇다. 매를 맞고 살아도, 자아가 구겨지도록 험한 욕설을 듣고 살아도, 늘 모든 것을 박탈 당하고 빼앗겨도 “그냥 참고 지내, 좋은게 좋은거야” “사는게 다 그런거야” 라는 식으로 조언하는 풍습이 우리네 문화다.

모 연예인의 부인이 심한 폭력을 못이겨 이혼하고 어려운 삶을 꾸려가는데 주위에서 “그냥 참고 살지 왜 이혼을 했냐”고 꾸짖었다 한다. 소리 나지 않고 묵과되어져서 표면이 매끄러우면 된다는 말인 듯 하다. 아마도 동양인의 수치심 지향적인 사고 때문일 것이다.

이 수치심은 결국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흔히 “매 맞을 짓을 했나보지” 나 “팔자가 사나워서” 라는 식의 해석을 듣게 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천재지변과 같은 일임에도 내게는 안 일어나는 일이고 올바른 처사를 못하는 당신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권위에 대한 복종이나 충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피해자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다. 반면에 사람에 대한 배려를 존중하고 상해를 줄이려는 사람들은 가해자를 탓한다 한다. 너와 나의 차이를 크게 두고 상대를 아래에 놓고 볼 때, 피해자를 상처를 입은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비난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을 더 이상 관용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문화와 관념이 어찌되었던, 사람은 소중하다. 절대자가 부여한 생명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젠 좀 더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와 회복에 동참하는 성숙과 변화를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가정 상담소도 이 목표에 응하는 기관으로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남화수 뉴욕가정상담소 사회복지사/ 뉴욕주 정신건강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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