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수아비+꼭두각시=괴뢰!’

2016-11-07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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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속았다, ‘허수아비였다’. ‘망했다, 꼭두각시였다’. 대통령은 괴뢰(傀儡)였다. 그가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이제 나라는 신뢰를 상실했다. 나락에 빠졌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탄핵•하야’ 촉구 목소리가 드높다. ‘꼭두각시놀음’이라니, 어찌 이런 일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비선실세는 몰래 맺고 있는 관계가 실세라는 이야기다. ‘농단(壟斷)’은 ‘이익•권리를 독차지 하는 것이다. 간교한 방법으로 어떤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언론에 자주 나오는 국정농단은 국가의 업무나 시책 등을 높은 위치(실세)를 이용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이득을 취하거나 자신의 뜻대로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참담한 일이다. 참으로 어이없을 뿐이다.


지금 한 나라의 대통령이 ‘꼭두각시’라는 수치스런 빈정거림을 듣고 있다. 국정수반인 대통령이 자기 생각이 없고, 지배를 당하는 인형이 된 셈이다.

꼭두각시!
꼭두각시는 민속인형극인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이다. 이 인형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팔다리에 실을 달아서 조종한다. 그래서 남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을 ‘꼭두각시’에 비유한다.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이 없는 사람.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나 주장을 녹음기 틀듯 반복하는 사람. 멀리 있는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 바로 꼭두각시다. 꼭두각시와 가장 닮은 말은 망석중과 중석중이다. 팔다리에 줄을 매어 그 줄을 움직이면 춤을 추는 인형이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허생원’, ‘허깨비’, ‘허제비’로도 부른다. 영어인 scarecrow는 까마귀를 쫓는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허수아비는 헛+(우)+아비 혹은 허(虛)+수(竪)+아비로 이루어진 말이다. 즉, 거짓으로 세운 아비(아버지)란 뜻이다. 본래 아비가 집안의 지킴이가 가장인 것처럼 허수아비는 귀중한 곡식을 지키는 논밭의 지킴이다.

어쨌든 허수아비는 가짜사람이니 꼭두각시처럼 인형인 셈이다.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조종을 당하는 대리인 노릇만 하는 사람’을 허수아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괴뢰(傀儡)!
괴뢰는 어릴 적 ‘빨갱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반공웅변대회에서 어린 연사들이 목청껏 외치던 낱말이 ‘괴뢰’였다. 북한 군인을 ‘괴뢰군’이라 했다. 남북사이가 좋지 않을 때면 서로 ‘괴뢰군’이니, ‘괴뢰정부’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괴뢰군’을 ‘적군’이라 알고 있다. 허나 그런 뜻이 아니다.

괴뢰의 한자는 허수아비 괴(傀)와 꼭두각시 뢰(儡)다. 허수아비와 꼭두각시가 바로 괴뢰란 뜻이다. 그럼 괴뢰군은? 허수아비와 꼭두각시 군대다. 다시 말해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군대를 말함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아바타 군대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찰 조사도 받고 특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탄핵’과 ‘하야’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하루빨리 나라가 제대로 서기를 바랄뿐이다.

이번 조국의 사태를 보면서 ‘끈 떨어진 망석중’이란 속담이 새삼 떠올랐다. 끈에 매여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인형 망석중. 끈이 떨어져 나갔으니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의지할 바를 잃으면 도리가 없음’을 뜻하는 속담이 ‘끈 떨어진 망석중’이다. 남의 말만 믿고 남의 뜻대로 움직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끈이 떨어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움직이는 가장 질긴 끈은 바로 ‘자기의지’여야 한다. 강한 자기의지를 지닌 사람은 결코 남의 ‘괴뢰!’가 되는 일이 없을 테니까. 허수아비+꼭두각시=괴뢰(傀儡)! 참으로 세상살이만큼이나 어려운 말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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