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이(以夷制夷), 성동격서(聲東擊西)…. 또 무슨 말이 있더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에 기습적으로 또 다시 불장난에 나선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거다.
그 성명이 그렇다. 전혀 ‘결연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이제 실전배치단계에 들어갔다. 그런데 중국외교부 성명문 내용은 변한 게 없다. 4차 때나. 5차 때나 똑 같은 말의 되풀이다. 6자 회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한 끝마무리까지.
어쩌면 그렇게 판박이일 수가…. 뭔가 한 가지 생각이 스친다. 혹시 일종의 양동작전(陽動作戰)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중국입장에서 볼 때.
예상했던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핵무기 개발 외에는 김정은으로서는 권력유지의 다른 옵션이 없다. 게다가 이미 지난 5월 핵실험 준비는 완료된 것 같다는 정보 분석도 나와서다. 그러면 왜 지금의 타이밍인가.
국내 정치적 요인이 지적된다. 북한은 9월9일로 건국 68주년을 맞는다. 그리고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해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다.
최소한 베이징당국의 묵인 가운데, 혹은 보다 적극성을 띤 암묵적인 지원 가운데 5차 핵실험이 단행된 것은 아닐까.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관측이다. 그 단초는 핵실험 직전 극비리에 이루어진 북 외교라인 인사들의 중국방문에서 찾아진다.
북한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의 전격적인 베이징방문이 그것으로 비밀접촉 3일후 5차 핵실험이 단행됐다. 도대체 무슨 말이 오갔을까. 알 길이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비밀회동을 통해 북한은 ‘베이징의 진짜 의중’을 파악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중국으로부터 최소한 ‘그린 라이트’를 확인하고 5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드 배치문제로 중국은 한국에 몹시 불쾌해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암묵적 지원을 끌어냈다는 얘기다.
“9월 중순의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그 기간이 중국으로서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시기다.” 그 시작은 거창했다. 중국몽(中國夢)에,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거는 등. 중간평가는 그러나 낙제점이다.
힘자랑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동남아지역을 비롯해 일본, 인도 그리고 한국, 또 서구, 더 나아가 미국과의 마찰만 불러일으켰다. 시진핑의 외교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그 치명적 결정타는 남중국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든다는 구상이 국제상설재판소(PUC)의 판결로 수포로 돌아 간 것이다. 실추된 중국의 위상,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공산당의 핵심 시진핑의 체면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절치부심 중에 그 반격의 실마리 마련에 착수했다. 남중국해의 요충 스카보로 여울, 중국어로는 황암도의 군사화 계획이다. 인공 섬으로 만든 다음 기지화에 나서는 거다. 언제 그 작업에 착수할 것인가. 그 최적기는 항저우 20개국 정상회담이 끝나 후 어느 시점, 다시 말해 9월 중순에서 미국 대선의 날까지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선 막바지 기간을 맞아 미국언론의 관심은 온통 국내정치에 쏠린다. 그 타이밍이야 말로 남중국해에서의 도발을 통해 실추된 시진핑의 체면을 되살릴 때다. 중국은 그 해역에 이미 사실상 해양 민병대인 어선 등 수 백 척의 함정을 파견했다. 벌써부터 긴장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경이 쓰여 지는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시리아사태에서처럼 뒤로 물러나면 좋겠는데…. 뭔가 한 가지 묘책이 보이는 것 같다. 워싱턴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거다.
왜 하필 지금의 타이밍에 북한은 5차 핵실험에 나섰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의 또 다른 단초는 바로 여기서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사실상 북한 핵무장을 측면에서 지원함으로써 동북아지역의 긴장을 높인다. 그런 와중에 남중국해에서….
이는 아직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점차 분명해지는 것 같다. 북한 문제를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노골적으로 방치하는 거다. 그것이 미국과의 대치상황을 맞은 중국의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것은 물론 군수 물자에, 핵 프로그램개발에 직접 사용되는 컴퓨터, 주요 부품 등도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다.” 과학과 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빗 올브라이트의 지적이다. 무슨 말인가. ‘핵 무장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선택’으로 더 이상 중국의 선의(善意)를 기대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방안은 무엇일까. 적극적인 대북 인권정책을 통해 레짐 체인지를 꾀하는 거다. 사드배치는 물론 미국,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해 전쟁억지력을 높이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 자체 핵개발이 어려우면 최소한 미국과의 핵무기 공동사용권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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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