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리카에 우물 파고 학교 세워 자립지원’

2016-08-16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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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마음 열더군요”

▶ ■차드서 15년째 사역 박근선 선교사

‘아프리카에 우물 파고 학교 세워 자립지원’

소망소사이어티가 세운 우물가에서 차드 어린이들이 맑은 물을 마시고 있다.

“선교사 초기 시절에는 갈등과 의문도 컸습니다. 시장에서 복음을 전하다 10여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적도 있어요. 화가 치솟고 하나님은 왜 보고만 계시는가 회의도 들었죠.”

박근선 선교사는 15년째 아프리카 차드에서 사역하고 있다. 서른 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평신도 선교사로 차드에 발을 디딘 후 줄곧 한길을 걷고 있다.

영국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하고 아랍어에 능통하던 박 선교사는 당시 차드 세관경찰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었다. 죄도 없이 뭇매를 맞고 분노와 낙담에 시달리던 박 선교사가 사역의 전환점을 맞은 건 태권도를 배우던 경찰관 제자의 말 덕분이었다. “어차피 우리를 사랑해서 왔다면 격분할 일이 아니다. 참을 수 없으면 차라리 떠나는 게 낫다.”


다음해 거리에서 느닷없이 지나던 행인이 자신을 때리고 칼까지 빼어 들었을 때도, 동생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고 군인이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던 때도, 박 선교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영혼과 마음은 이미 차드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을 때마다 신앙이 떨어졌어요. 그러나 결국 하나님은 그분의 계획대로 각자의 삶에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역대하 25장2절 구절이 떠올랐거든요. 여호와가 보기 좋은 일을 했지만 정작 참마음으로 섬기지 못했던 겁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일이고 열매도 성령님이 맺으신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박 선교사는 호프선교회 소속으로 인천의 하나비전감리교회에서 파송을 받았다. 지금도 교회는 변함없이 선교 사역을 후원하며 사명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

차드의 수도인 은자메나는 고층 빌딩도 별로 없는 전형적인 아프리카 도시다. 얼마 전 12층짜리 방송국 빌딩이 들어서면서 최고층 건물이 됐다. 이곳에서 사모 이수정 선교사와 두 아들을 키우고 사역을 벌이면서 부족함 가운데 자족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지내고 있다.

“저는 교회를 짓지 않습니다. 지역사회 개발을 통해 현주민의 자립을 돕고 교육과 신앙을 나누고 있습니다. 마을마다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각종 소득 증대사업을 벌이죠. 또 위생 개념을 갖도록 도우면서 질병을 예방하며 학교를 세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박 선교사의 사역은 철저하게 현지 주민 중심이라는 원칙 아래서 진행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들이 성장한 뒤 스스로 교회를 세워가도록 돕는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시련과 고난이 닥쳐도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를 지어가는 셈이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무런 열매도 없었습니다. 그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 들어줬죠. 말라리아 병이야 당연히 걸렸고요. 8년이 지나니까 비로소 사람들이 마음 문을 열고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 선교사는 지난해 소망소사이어티 차드 지부장을 맡게 됐다. 남가주에 본부를 둔 소망소사이어티는 차드에만 우물 279개를 지었고 학교는 네 곳을 건축해 그 중 한 곳은 직접 운영하고 있다. 눈에 잘 띠는 큰길가 마을이 아니라 오지로 들어가 우물을 파고 있다. 앞으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몰려든 100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상대로 직업교육 등을 벌일 계획이다.

“현지인이 반드시 동참해야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우물이나 학교를 세우는 일도 주민들이 땅을 내놓고 조그만 돈이라도 모으고 벽돌을 찍도록 장려합니다. 무조건 일방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4~5년씩 더디게 진행되지만 모두가 중요성을 이해하고 훈련을 받으며 함께 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박 선교사의 소망은 60세에 선교지를 떠나는 것이다. 현지 리더를 충분히 양성하고 모든 사역을 이양한 뒤 이별할 수 있을 만큼 사역이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다. “선교지에 남아서 후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한편으로는 현지인들에게 대부 노릇을 하는 선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게 그의 결심이다.

문의 (562)977-4580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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