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체자 7년간 합법체류 자격’… 이민구제안 발의

2025-07-17 (목)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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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민주 초당 추진,영 김 등 22명 공동

▶ 국경보안 강화 조건
▶ 임시체류 자격 부여 “이민자 노동력 유지”

트럼프 행정부가 초강경 이민 단속과 추방 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연방 하원에서 미국내 불법체류 신분 이민자에게 7년간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조건부로 부여하는 내용의 초당적 이민 시스템 개혁 법안이 발의돼 주목되고 있다.

공화당의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 27지구)은 민주당 소속 베로니카 에스코바 의원(텍사스 16지구) 등과 함께 ‘2025 아메리칸 드림 실현, 국가안보 강화 및 이민자 존엄법안’이라는 명칭의 이민법 개혁안을 지난 15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줄여서 ‘2025 존엄(DIGNITY) 법안’으로 불린다.

이 법안의 공식 대표 발의자는 살라자르 의원이 맡았고, 에스코바 의원을 포함한 21명이 초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 발의자를 포함한 이들 의원 22명 중 11명이 공화당, 1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여기에는 공화당 소속 한인 영 김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 40지구)도 포함됐다.


이 초당적 법안에 대해 비영리단체인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 AIC)’는 최근 수년간 제안된 이민 개혁안 중 가장 광범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AIC에 따르면 이 법안은 국경을 중심으로 한 이민 단속 강화를 전제로, 합법 이민 시스템 개편과 오랜 기간 미국에 거주한 불법 체류자들에게 합법 신분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번에는 이른바 ‘디그니티 신분(DIGNITY Status)’을 도입, 2020년 12월31일 이전부터 미국에 물리적으로 거주해 온 불체 이민자들에게 임시 합법체류 신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이 디그니티 신분은 체류 허가 및 추방 보호, 합법적 노동 권한을 제공하지만, 시민권 신청이나 가족초청 이민은 불가능하고 연방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 법안에 따르면 디그니티 신분 신청자는 스스로 불법 체류 사실을 인정하고, 중범죄 이력이 없음을 입증하는 신원조회를 통과해야 하며, 1,00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또 7년간 6,000달러를 추가 분할 납부하며, 매 2년마다 국토안보부(DHS)에 거주, 고용, 세금 성실납부 자료 등을 보고해야 한다는 등의 추가 조항들이 있다. 이 신분을 7년간 문제없이 유지하면 향후 마련될 자격 연장 프로그램을 통해 갱신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법안에는 남부 국경 보안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전국의 고용주들에게는 노동자의 합법적 신분을 확인하는 정부 시스템인 ‘E-Verify’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살라자르 의원은 “이 법안은 국경을 지키고, 불법 이민을 막는 동시에, 장기 체류 이민자에게 일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제공하는 해법”이라고 자평했다. 살라자르 의원은 이번 법안이 시민권 부여나 사면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초당적 타협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시도들과 달리, 이 법안의 시행 비용은 관련 이민자들이 납부하는 비용으로 전액 충당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불법 체류자 구제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공화당 내부에서 ‘시민권 없는 안정적 체류 신분’을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의원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농업·식품 산업 등에서 불법체류자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단속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시민권 취득 경로를 차단하고 복지 혜택도 금지하며,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내용 등이 보수층의 반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민 개혁안이 현재 정치 지형상 연방의회를 통과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아 향후 법안 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  ‘디그니티’ 법안 주요 골자

◆ 7년간 임시 합법체류 부여

◆ 추방 면제·합법 취업 가능

◆ 총 7천달러 벌금 분할납부

◆ 7년 자격유지 후 갱신 결정

◆ 고용시 ‘E-Verify’ 의무화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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