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떠나는 자, 남겨진 자

2016-08-13 (토)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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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린 어느 아이의 눈물이
눈이 되어 쏟아지던 날
아무도 길거리를 서성이지 못한 채
쏟아지는 눈물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미무는 그 눈물같은 눈이 되었다.

떠나는 자
미무는 그 떠나는 자의 뒷모습으로
살아온 삶을
차곡차곡 쌓이는 눈같은 추억으로 남겼다.
가버린 등 뒤로 사랑으로 불리는 가족이란 흔적
미무가 남긴 긴 흔적같은 눈물
소리없이 흐느끼는 밤
미무 얼굴같은 눈물이 밤새 내렸다.

떠나는 자의 고요한 침묵
닫혀진 두 눈썹사이로
겸허한 준비를 맞이하고
남겨진 자는 그 침묵의 무게로
남은 세월을 살고
살다가 문득
살아야 할 이유가 되고
또 다른 얼굴로 서서 오늘을 품는다.


떠나는 자의 부드럽게 내민 손
남겨진 자의 무거운 통곡
짓누르는 통곡의 시간이 지나면
가끔 우리는
떠나는 자의 얼굴같은 얼굴이 되어
남겨진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남겨진 자는 살아서 좋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떠나는 자의 가슴으로 남아
그 소리도 되고
떨리는 눈썹도 되며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
떠나는 자의 고요한 길목에서
그래도 남겨진 자는 살아서 좋다.

참고-‘미무’는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애칭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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