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요 에세이] 절제하며 사는 삶

2025-08-14 (목) 08:17:49 김미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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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권한 “데이브 램지(Dave Ramsey)”라는 미국의 재정 전문가의 책 ‘완전한 돈 관리 계획(The Total Money Makeover)’을 읽었다.
급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빚을 없애라. 신용카드는 쓰지 말라. 현금으로 살아가라.”
요즘은 누구나 빚을 지고 살기때문에 그의 주장이 솔직히 낯설고 과격하게 느껴졌지만 진보적인 생각일 수도 있었다.

젊은 아이들도 직장생활하는 사람들도 체크로 받기 때문에 커피 한 잔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집을 사려면 주택담보대출, 차를 사면 할부로 구입해야하는 현실이다.


과연 무부채 철학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많은 책이 팔린 이유가 무엇일까?
신용카드 없이 생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빚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리 옛말이 틀린게 없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살아간다는 비현실적인 내용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순 없었다.
“정말 빚 없이 사는 게 가능할까?”

그는 모든 소비는 현금으로, 신용카드는 당장 없애고, 빚은 작든 크든 무조건 갚아야 한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빚은 쓰고 신용카드는 가능하면 한 달 안에 갚을 수 있을 만큼 절제있는 소비 생활을 강조했다. 빚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고 현명하게 활용하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두 사람의 철학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읽고 나니 같은 맥락일 수도 있었다.
나 역시 워런버핏이 강조한 내용에 더 많은 공감하는 사람 중에 하나로 한 달 안에 갚아야 함을 늘 자식들에게 강조해 왔다.

램지가 말한 빚이 없는 삶이 자유롭다는 메시지에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빚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 길들여져 있다.
다달이 내야 하는 카드값, 이자, 무이자 할부, 대출, 카드 포인트에 익숙해진 나머지 정작 진짜 내 돈으로 산 것이 얼마나 될까?

빚이 있어도 신용이 있으니 자산이라는 시선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생각하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돈이 나를 조종하지 않는 심리적인 평안과 존엄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의 7단계 재정 플랜은 신용카드를 없애고 비상금을 마련하며 모든 빚을 갚은 뒤 장기 저축을 통해 부를 쌓아가라고 제시한다.
빚이 삶의 필수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데이브 램지가 말하는 자유는 단순한 돈 문제를 넘어 빚이 없는 사람만이 진짜 자유를 느낀다는 것이다.


빚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래전에도 비즈니스를 할 때 남의 돈으로 돈을 번다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 결국 빚더미에 앉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데니브 램지가 말한 빚을 미루지 말고 가장 적은 금액의 채무부터 차근차근 갚아나가는 방식(Debt Snowball)을 강조하고 지출을 절제를 하는 삶을 강조하며 심리적 안정과 재정적 해방이라는 자신에게 보상심리도 느끼게 한다.

장족의 발전과 치솟는 물가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실적인 경제적 감각과 재정적인 절제를 젊어서부터 저축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정신과 몸에 익숙해야겠다.

<김미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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