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입구에 다년간 운영하던 맥도널드 브랜치가 오랜 재건축 후에 최근 문을 열었다. 그곳은 내 아이들의 어린시절과 때로는 막연한 친구들과 푸근한 대화를 즐기던 사랑방과 같은 장소였다.
매장 실내는 모든 것이 새로이 단장되어 산뜻해서 좋았다. 변화라면 종업원과 웃음을 나누며 주문하던 곳은 한군데 뿐이고 대신에 여러대의 키오스크(Kiosk)가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는 업주의 인건비 절약과 촉각을 다투어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의 발맞춤이라고 이해가 되면서도 웬지 차가운 낯설음이 느껴진다. 아날로그 시대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빨간 우체통과 온기 담긴 손편지의 설레임, 휴대폰이 없어 길이 엇갈리면 다시 만나기 어렵던 그런 날도 있었다.
길모퉁이 공중전화 박스의 추억,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시내 중심가의 시계탑이나 유명서점 앞에서 서성이던 거리 풍경, 주말이면 음악 감상실의 고운 조명 아래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DJ가 틀어 주던 LP판의 멜로디에 빠져들던 순간들은 잊혀지지 않는 그 시대의 낭만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풋풋한 시대를 지나온 우리에게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다가와 클릭 하나로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는 때로 두렵고 불편한 장벽이 되기도 한다.
한 번의 클릭을 위해 수십번을 망설여야 하는 생소한 낯설음과 은행 창구는 친절한 미소 대신 모바일 앱으로 바뀌고 식당과 커피숍은 QR Code와 키오스크 주문으로 바뀌어간다. 자식들과의 안부인사도 때로는 메신저의 짧은 단문으로 주고 받는다. 가끔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단절의 소외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문명의 발전을 넘어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거대한 파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앞애 단순히 뒤처지거나 소외감이라는 감정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 같다. 이 변화의 물결에 한발 들이밀고 좀 서툴지만 용기있게 스스로의 보폭(幅)을 조절하여 디지털 시대의 차가움을 온기로 맞잡아야 할 것이다.
이 행보는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회 봉사기관이나 각종 단체에는 헨드폰을 비롯한 디지털 교육을 일러주고 있고 우리가 접하기 쉬운 유튜브 정보를 통해 현시대에 다가서서, 우리가 지난날에 간직해 온 ‘아날로그적 감성’을 접목시켜 보자. 우리의 경험과 지혜로 세대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우리 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가 시대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고 또 새로운 세대와 관계 맺으며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 할 것이다. 때로는 느리지만 꾸준한 발돋움으로 좀더 포용력 (包容力) 있는 미래를 향해 걸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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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