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림픽은 한편의 감동 드라마

2016-08-1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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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축제로 그리스에서 시작된 고대올림픽은 그리스 젊은이들을 모두 제우스 신 앞으로 모이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때 대회종목은 단지 단거리 경주뿐이었고 남자들만이 출전 자격이 있었으며 여자들은 관람조차 하기 어려웠다. 선수들은 모두 벌거벗은 상태로 출전했으며 승자는 올리브나무 잎으로 된 관을 쓰고 상금을 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기원전 708년부터는 대회 종목이나 참가국가가 조금씩 늘어났고 대회출전 선수가 부정하면 사형에 처해질 만큼 법이 엄격했다고 한다. 그러던 올림픽이 근대에 와서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동, 올림픽 성화는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1936년 7월20일 독일의 뮌헨올림픽으로 옮겨져 점화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림픽은 한마디로 영원히 잊지 못할 한편의 감동 드라마다. 무대에 출전한 선수들이 남몰래 흘린 눈물과 땀, 그리고 고통이 한데 어우러져 대회에서 보여지는 결과에 따라 환희, 기쁨, 실망, 좌절감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이 다 동원돼 우러나는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순간 한 순간 느끼는 그 짜릿한 감동은 두고두고 가슴에 진하게 남아 있다.

지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을 보면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한국의 감동적인 지난 올림픽을 회상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다.

온 국민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고 간 올림픽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첫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한 역사적 사건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양정모 선수를 청와대에 불러 만찬을 열어주고 그가 이룬 승리를 극찬해 주었다.

그때부터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국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88년도 서울 올림픽’ 이었다. 이때 한국은 선수단, 국민 모두 하나가 되어 국가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세계인은 이때 한국의 발전상을 가져온 잠재력과 파워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 힘을 동력으로 한국은 극심한 가난을 극복하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오랜 기근에서 벗어나 마침내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강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한때 IOC사마린치 회장이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고 한 말은 일종의 신의 계시나 다름없었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에 담긴 힘과 저력이다. 전세계인이 하나 되어 박수치고 환호하고 소리 지르고 하면서 올림픽에 희망과 기대감을 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은 모두 승리를 위해 자신을 무한정 채찍질하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 투혼을 발휘했을 것이며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났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이 보여주는 한 장면 한 장면에 모두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가 목표라고 한다. 성적을 떠나 선수들이 모두 지난 88올림픽 때처럼 투혼을 발휘해 또 한 번 감동의 역사적인 결실을 맺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 고된 훈련을 견디며 오늘에 이른 그들의 실력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다. 후회 없는 승부를 위해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주기 바란다.

이번 올림픽에는 올림픽 최초로 난민 팀이 참가했다고 한다. 가족을 잃고 나라를 잃었어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이들의 도전은 전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올림픽은 연이은 테러의 위협과 공포, 지구촌 전체에 불어닥친 경제불황 속에서 치러지는 경기여서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도 세계인이 굳게 뭉쳐 서로 격려하고 친선하면서 하나가 되어 치러지는 올림픽의 힘 앞에서는 어떤 것도 막지 못한다. 세계는 또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강한 결속력을 통해 지구촌의 영원한 희망의 드라마를 멈추지 않고 계속 써나갈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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