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군만마 얻은 힐러리

2016-08-03 (수) 여주영/ 주필
크게 작게
로마의 시인이자 정치가요, 철학자인 키게로는 로마의 아버지이자 조국의 아버지라 불리었다. 그가 폼페이우스와 같이 정치에 몸을 담고 있던 시기, 그는 카이사르의 정적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카이사르의 적이라고 해도 나는 그를 지지한다. 그것은 그가 국가를 위한 적합한 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비록 정치적 적이긴 했지만 대를 위해서는 상대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손을 들어주는 키게로의 이 한마디는 그가 왜 로마의 아버지라 불리는지 알만하게 하는 말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클린턴 힐러리와 후보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다 패배한 버니 샌더스가 얼마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행보는 키게로의 이 한마디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샌더스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깨끗한 승복으로 자신을 열화같이 따르던 많은 젊은 지지층들을 뒤로 하고 자신의 정치적 적수이던 힐러리의 손을 들어주는 멋진 행보를 보여 민주당 전당대회의 오랜 아름다운 전통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과시했다. “표결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즉시 클린턴을 대선후보로 지명하라”는 그의 제안대로 이날 힐러리는 미 사상 유례없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제 힐러리가 할 일은 앞으로 남은 100일간의 선거기간 동안 준비가 안 돼 있는 막말 후보 공화당의 트럼프를 당당하게 누르고 미국을 예전의 평화롭고 강대하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되돌릴 수 있는 그런 정책으로 대권을 거머쥐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분야에 준비도 안 돼 있고 사업가라고 자처해도 소송을 일삼으며 근로자 월급도 떼어먹고 사기라는 느낌을 받게 하면서 떼돈을 번 트럼프에게서는 도무지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러시아 푸틴의 비위를 맞추고 사담 후세인을 찬양하며 동맹관계를 경시하고 있어 미국의 가치와는 정면 배치되는 인물이다.

위대한 힘과 지혜, 그리고 정의가 결합돼서 하나가 돼야만 국가의 불행이 멈추고 앞으로 계속 발전한다. 트럼프처럼 이슬람의 이민을 제한하고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높이 쌓고 이민자와 여성들을 경시하는 정책으로 국가의 힘을 분산시키는 리더는 미국의 발전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모든 인종을 하나로 묶어 그 힘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든 중대한 문제들을 순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로운 리더, 힘 있는 리더만이 지금 미국에 필요하다.

12년 전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일리노이 민주당 상원위원이었던 오바마는 “진보적인 미국도 없고 보수적인 미국도 없다. 다만 미합중국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흑인의 미국도 없고 백인의 미국도 없고 아시안의 미국도 없다. 오직 합중국의 미국만 있을 뿐이다.” 라는 명연설로 수많은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런 힐러리를 만드는 것은 오바마가 했던 이 연설에서처럼 민주당도 없고 공화당도 없고 오직 미국만 있을 뿐이고, 백인만의 미국이 아닌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이민자의 미국이 되도록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인들은 힐러리도 원치 않고 트럼프는 더욱 원치 않는다고 한다. 양대 후보의 역대급 수준의 비호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힐러리도, 트럼프도 아닌 오직 미합중국을 위한 강력한 리더이다. 강한 리더십으로 모든 인종을 하나로 묶어 미국을 멋지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다.

미국민이 원하는 이런 제3의 인물도 바로 힐러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힐러리에게는 그동안 지혜와 경륜으로 미국을 굳건하게 지켜온 버락 오바마와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중을 사로잡은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 버니 샌더스와 같은 천군만마가 양 옆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힐러리가 할 일은 이들 두 날개를 달고 새로운 모습으로 대선고지를 향해 힘차게 훨훨 날아오르는 일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