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에 물든 종교계 정화해야” 고조

2016-08-02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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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각 스님 ‘한국 불교와 결별선언’ 파문

▶ 기복신앙화는 조계종뿐 아닌

“돈에 물든 종교계 정화해야” 고조

한국 불교의 물질주의를 개탄하며 조계종과 결별 의사를 밝힌 현각 스님.

“돈에 물든 종교계 정화해야” 고조

개신교 안팎에서도 교회 개혁과 회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탐욕과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세상 속에서 종교는 인간의 가치와 삶의 소망을 지키는 궁극적 보루다. 나아가 혼탁한 물을 깨끗이 하면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할 나침반이다. 그래야만 영원한 생명력을 입증하는 설득력을 갖게 된다.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학원을 졸업한 백인승려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이 지난달 28일 한국 불교의 대표적 종파인 조계종을 비판하면서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자 종교계 정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불교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향한 회개와 개혁의 요청도 교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무장한 물질주의는 불교 조계종에만 국한된 고질병이 아니다. 종교와 종파의 차이를 떠나 보편적인 악이 됐다. 개신교와 가톨릭 등에서도 교회를 갉아 먹는 종양의 역할을 강력하게 해내고 있다. 목사, 신부, 승려 할 것 없이 곳곳에서 돈에 굴복하고 돈에 끌려 다니는 형편이다.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현각 스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계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한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소속인 현각 스님은 외국인 행자 교육의 문제점과 불교의 기복신앙화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현각 스님은“ 오는 8월 중순에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서울 강북구) 화 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숭산 스님)의 부도탑에 참배하고 지방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가 영입한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며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르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 (장식품)”이라며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2∼3년간 7∼9명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고,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제자)들에게 조계종 출가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며 “왜냐하면 ‘기복=돈’”이라고 비판했다. 현각 스님은 “물론 환속(출가자가 속세로 돌아가는 것)은 안 하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인 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현각 스님의 결단은 각종 언론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주요 언론은 1일자 사설에서 “현각 스님이 한국의 조계종에 대해 돈으로 복을 사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해 불교계 안팎에 충격이 크다”고전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 발언이 조계종에 대한결별선언으로 해석되자 한 언론에 영문 e메일을 보내“조계종을 떠난다고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치와 돈과 극단적으로 완고한 민족주의 때문에 현재 조계종의 방향은 그 기술을 세계에 전하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한국 승려와 불자들의 개혁을 촉구했다”고 보도하고“조계종은 현각 스님이 던진 ‘기복=$, 슬픈일’이란 표현을 죽비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도 회개와 자정운동을 요구하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지난 2월에는 한국 부천의 한 교회 담임목사이며 서울신학대 신약학 겸임교수이던 이 응봉 목사가 자신의 중학생 딸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신을 집에 숨겨 놓다 발각된 사건이 터졌다. 한국교회연합은 ‘고개 숙여 통렬히 회개합니다’라는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 앞에, 국민 앞에 무릎 꿇어 벌을 청하는 심정으로 대오각성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교연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한국교회가 어디까지 더 깊은 나락에 떨어져야 하는지, 아무리 외면하고 회피하려 해도 목전에 닥친 추악한 죄악을 그 무엇으로 감출 수도, 덮을 수도 없다”며 고백하고, “주님 앞에 엎드려 재를 뒤집어쓰고, 눈물로 회개해야 하며, 주님이 주신 영적인 은사를 물량주의, 기복주의와 바꾸고 복음의 위대한 능력을 값싼 세속주의로 둔갑시킨 죄악을 통렬히 회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참극은 우리 모두의 감춰진 맨얼 굴 중 그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며, 하나님은 이미 드러난 일보다 숨겨지고 감추어진 더 크고 끔찍한 죄악에 대해서도 언젠가 밝히 드러내 꾸짖으시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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