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중받고 존중하는 아이들

2016-07-11 (월) 유미정 뉴욕가정상담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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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유독 관심이 더 많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하이” 라고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나오고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에 누구를 만나도 빤히 쳐다보고 지나가거나 심지어 상대가 먼저 인사를 하는데도 무시하고 지나가는 아이를 보면 무안해지면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상황이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진다면 자기문제가 많은 사람이구나, 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어린아이에게서 이런 행동들을 발견하게 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런 아이들의 사회성 부족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까.

미국 생활중 가장 많이 듣는 용어중 하나가 ‘존중(Respect)’이다. 존중이란 나와 상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에게 귀하게 여김을 받고 존중받은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높게 되고 자연스럽게 상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의 부모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 또한 자신의 자녀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쉽게 낸다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이나 행동들도 스스럼없이 하고 모든 것이 상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남이면 피하면 되지만, 그런 부모들과 같이 살고 있는 아이가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럼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존중하는 마음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부모 스스로가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나 상대를 탓하기보다 상황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 와서 아이들이 어지럽혀놓은 장난감들을 보면서 “너희들 때문에 내가 힘들다”라고 탓을 하기보다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아이들의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고 느끼면 부모를 탓하기보다는 부모의 기대에 맞출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계속 존중받지 못하고 지적만 받는다면 자신은 무능력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 단정하고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든지, 반항 혹은 폭력적인 행동들을 보이게 된다. 부모자신의 문제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남을 존중할 수 없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가 사회생활을 긍정적, 성공적으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의 자녀가 사회성이 부족하고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고 불평, 불만을 하기보다는 부모 스스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나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해결이 어렵다면 늦기 전에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유미정 뉴욕가정상담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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