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체포 두려워 아이 홀로 법정 출두”

2025-08-20 (수) 12:00:00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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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속 빈발 이민법원 실태

▶ 트럼프 행정부 집행 강화에 미성년자 부모없이 참석도
▶ “법원 시스템 불공정” 지적

“체포 두려워 아이 홀로 법정 출두”

9일 뉴욕의 이민법원 내부에 복면을 한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이 이민자 체포를 위해 출동해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민법원에 부모 없이 미성년자 자녀 홀로 출석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등 이민자 가정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매체 뉴저지 스팟라이트가 올 여름 뉴저지주 뉴왁 이민법원의 실태를 심층 취재한 보도에 따르면 자녀가 추방 재판에 회부돼도 부모가 함께 동행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불법체류자인 부모가 이민법원에 함께 출석했다가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극도로 커지면서 미성년자 자녀를 합법체류 신분의 타인에게 맡겨 출석시키는 이례적인 장면들까지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체포를 두려워한 어머니가 중학생 딸을 홀로 재판에 출석시켰다가 판사 명령으로 법정으로 온 사례 등을 소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법 집행 강화로 인해 이민자 가정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이민 변호사 없이 출석하는 미성년자 및 성인 사례도 늘고 있다.


뉴왁 이민법원에 출석한 한 고등학생의 어머니는 무료로 변호사를 제공하는 ‘뉴저지 이민자 자녀 컨소시엄’에 연락했지만 대기자 명단에 있다는 편지를 이민법원 판사에 제출하기도 했다. 시라큐스대 사법정보센터(TRAC)에 따르면 1997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이민법원 소송이 제기된 27만6,886명 가운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사람은 12만5,55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민법원의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한 이민 변호사는 “지금 미 전국의 이민법원 곳곳에는 ‘자진 출국하라. 유죄를 인정하라’는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는 마치 형사법원에 ‘그냥 유죄를 인정하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는 셈”이라며 “일반 법정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법원과 달리 이민법원 판사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인 연방법부무 소속이기 때문에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높다.

실제 연방법무부는 이민판사를 해고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들어 실제 이 같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미이민협의회(AIC)는 “이민법원은 사실상 행정기관”이라며 “이민 판사들은 자신들을 임명한 행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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