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기와의 전쟁!’

2016-07-11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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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인간을 해치는 곤충 1순위다. 사자나 악어, 뱀 같은 맹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매년 전 세계 7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모기로 인한 질명으로 사망하고 있다. 모기로 인한 질병 발생도 연간 2억 건이 넘는다. 말라리아, 일본뇌염, 황열과 뎅기열 그리고 지카바이러스 등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모기에 의해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모기와의 전쟁이 지구촌의 큰 이슈다. 세계 곳곳에서 모기 퇴치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 번식을 막으려고 무인 비행체 드론까지 동원했다. 영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의 공포가 커지면서 뉴욕에서는 도시공원에 ‘박쥐둥지’가 등장했고, 뉴저지 연못에는 피라미가 방류됐다. 박쥐는 시간 당 1,000마리의 모기를 먹어치우고, 피라미는 모기유충을 주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도 보호하고 모기도 박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모기는 인류 최대의 적이다. 지구상의 어떤 곤충도 인간의 역사에 이토록 직접 개입해 치명타를 가한 경우는 없다. 모기의 가장 무서운 점은 경이로운 번식력이다. 암모기는 평생 일곱 번 정도 알을 낳는다고 한다. 평생 낳는 알이 200-700개 정도. 이렇게 태어난 모기는 성충이 되면 또 그만큼의 알을 낳는다. 하루 사이에 태어나는 모기만 해도 수십억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모기는 생존주기가 1-2주로 짧은 편이다. 이 또한 번식에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기는 1억년 넘게 지구에 살면서 많은 종과 함께 진화해 온 생명체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는 진화를 거듭하는 모기 앞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얄미운 모기’라는 시를 남겼다. “호라이와 뱀이 다가와도 코를 골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가 ‘왱’하면 기가 질려 간담이 서늘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리를 박아 피를 빨면 족하지 어찌하여 뼛속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고 책망했다.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그 위력이나 포스는 여전하다. 매년 모기와 반복되는 전쟁을 펼치지만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다. 하지만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부패’라 했다. 제대로 알고 대처하면 모기의 침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선은 집안에 모기침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충망을 정비하고, 창틀이나 침대 옆에 레몬이나 라벤더 화분을 올려두는 방법이 있다. 그래도 집안에 들어왔다면 접근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오렌지나 레몬 껍질 등을 말려 집안의 접시나 양파 망에 담아 걸어두거나, 천연 모기향으로 피우면 효과적이다. 계피조각 1-2개를 베갯잇에 넣어 두고 향이 배어나오게 하면 자는 동안 모기의 접근을 줄일 수 있다.

토마토 즙도 모기 퇴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토마토 속엔 모기가 싫어하는 토마틴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토마토 즙을 작은 용기에 담아 창문과 하수구 등 모기가 자주 출몰하는 곳에 놓아두면 모기 퇴치 효과를 볼 수 있다. 야외활동을 할 때 토마토 즙을 몸에 바르면 모기가 무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토마토 즙을 상온에서 오래 보관하면 날벌레가 꼬일 수 있으니 자주 관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충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집안과 뜰에 고인 물을 없애는 것이다. 비를 차단하는 덮게, 화분 받침대, 쓰레기 통, 심지어는 먹다 무심코 버린 커피 잔 등에도 물이 고일 수 있다. 이렇게 고인 물을 그때그때 버리지 않으면 일주일만 지나도 모기 서식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더워 힘든데, 여름밤 모기는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다고 무방비로 당할 수만은 없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모기와 한 판 승부를 벌이도록 하자. 모기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의 승부에서도 패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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