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난을 만난 것도 극복도 하나님 사랑

2016-06-30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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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학위 받은 ‘전신화상’ 이지선씨

▶ 밀알캠프 봉사자로 처음 참여

고난을 만난 것도 극복도 하나님 사랑

이지선씨(오른쪽)가 발달장애우 임보연씨를 껴안고 웃고 있다.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씨는 영원한 청춘 같았다. 이제그녀의 나이도 40대 중반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에각인된 ‘지선이’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맑고 부드러웠다. 다만 아주넓고 깊숙이 성숙해졌을 뿐이다.

최근 이지선씨는 언론이 다투어보도하는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UCLA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박사가 된 소식은 미주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신문과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헤쳐 온 고통의 시간이 그만큼 지난한 탓일 것이다.

13년 전 로스앤젤레스의 동양선교교회에서 열린 그녀의 간증집회에는무려 3,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저녁시간 일대의 교통이 막히고 경찰들이 출동해 정리하기 바빴다. 아리땁고 총명한 여대생에게 닥친 불행한 사고와 하나님의 사랑의 역학관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하나님의 높고 위대함을 절감했다.


이지선씨는 스물한 살때 자신이 탄 차를 음주운전 자동차가 추돌하면서 온몸의 절반 이상에 3도 이상의 중화상을 입었다. 이후 40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으면서도 생명의 길에서 만난 하나님을 증거했다.

3년 전 ‘힐링캠프’라는한국의 TV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이지선씨는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를 만났다’고말했다. 행복이든 비극에서든 하나님의 절대성을 인정하는 그녀의 신앙이 담긴 표현이었고 사람들은 놀랐다.

다시 만난 이지선씨는 발달장애우를 돕는 봉사자로 여름캠프에 참석하고 있었다. 밀알선교단이 지난주 UC 샌타바바라에서 진행한 사랑의 캠프였다. 그녀는 장애인 임보선씨의 곁을 2박3일 동안 지키며보살폈다.

“사랑의 캠프에는 세 번째 와요. 박사논문에 밀알 장애인과 봉사자의 관계에 대해 조사 결과를넣었거든요. 하지만 봉사자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재미있어요. 장애 친구들이 사교성이 많아요. 잘웃고요. 목소리도 어쩌면 저렇게깨끗한지요.”

그녀는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발달장애우도 똑 같은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배웠다”고 말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볼 때는 몰랐던 매력이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괜히 소리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하고싶은 것도 똑 같은 이웃이에요. 다른 봉사자들을 인터뷰했을 때도 동일한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다들 오히려 사랑을 배웠다고 대답했어요.”

이씨는 오는 9월에 귀국한다. 정해진 일도 아직 없다. 매스컴은 그녀의 박사 취득을 요란스럽게 보도했지만 정작 이씨의 시선은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다.


“불안하고 심란한 마음이 왜 없겠어요. 고학력 무직자의 귀국인데요. 하지만 처음 유학 올 때 심정을회복했어요. 교수의 희망도 접었고하나님의 인도대로 갈 겁니다. 다시광야로 나온 느낌이죠. 그렇지만하나님다우신 것 같아요. 내 보기에 좋은 것보다 하나님께서 택하신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광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그녀의 으뜸가는 관심 대상은무엇일까. 이씨는 하나님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난을 이겨내는데 가족의 힘은 정말 컸죠. 그러나 하나님이 안계셨다면 가족도 저도 못 견딜 시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마치 보이는 것처럼 도우셨어요. 그동안 느슨해졌는데 요즘 다시 하나님이 1위로급부상하고 계셔요.”

이씨는 ‘고난 전문가’라는 말이 민망하다고 말했다. 고난의 흔적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힘들지도 않고, 게다가 현재 아픔 속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죄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의 고통에둔감한 세태에 대해서 그녀는 “시선이 자기에게만머물기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인생에 고난이 필요한지는 당사자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타인의 해석은필요 없지요. 다만 저의 경우에는 의미가 있어요.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고정말 중요한 게 무언지 알게 됐어요.”

그녀는 사람들이 너무쉽게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뻔한 말 같지만 생명이 정말 소중해요. 삶에서 한 순간이 귀중하다는 걸 배워요. 그래서나와 남이 모두 귀한 존재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랑이죠. 삶의 희망을 주는 힘인 것 같아요. 절망과고통을 이기게 하는 힘이 사랑이란것을 배웠습니다.”

이씨는 “하나님은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다시 살게 하고, 고치고, 싸매고, 치유하는 하나님”이 자신이 만난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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