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리한 전쟁’

2016-06-22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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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스크바에서 만난 북한의 김일성은 남한을 무력으로 침공하기를 원하였다. 우리는 그때까지 북한에 줄곧 무기를 대주고 있어서 이 전쟁 때도 필요한 만큼의 탱크 대포, 소총, 기관총을 비롯하여 대공화기도 대줄 참이었다.”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후르시초프가 남긴 이 회고록 내용처럼 소련의 지원을 얻어 북한이 야기한 6.25전쟁, 소련 공산주의 팽창을 우려해 미국이 유엔참전국과 함께 참여한 이 전쟁은 자유세계와 공산주의의 치열한 격돌이었다. 3년 동안 이어진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와 희생이 뒤따랐는가. 6.25전쟁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60년이 넘은 지금도 완전 치유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내놓은 공식집계에 따르면 양군의 사상자수는 143만(한국 63만, 북한 80만)명 이상이고, 민간인의 희생은 한국 사망, 행방불명, 부상자까지 모두 99만1,000여명, 북한측은 총 123만 명이 넘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인명손실에다 전 국토가 폐허가 되고 수많은 이산가족이 양산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조그마한 나라 한반도에서 일어난 이 전쟁은 세계인의 뇌리에서 ‘잊혀진 전쟁’이었다. 하지만 남한의 모든 국민이 전화의 잿더미 속에서 땀 흘려 노력한 결과 이제 한국은 세계 경제대국 11위권에 진입하는 기적을 창출했다. 이를 목격하고 지킬 나라를 지킨데 대해 한없이 감격스러워하는 참전 노병들의 머릿속에 이 전쟁은 ‘승리한 전쟁’ ‘자랑스러운 전쟁’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각국 참전용사들이 아무 조건 없이 흘린 피의 대가이고, 세계 자유 민주 대열에 남한이 어깨를 나란히 한 결과이다. 북한도 하루 빨리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이 대열에 동참한다면 남한과 같이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하에 300만 주민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고, 일인 수령독재 체제로 말 안 들으면 죽이고, 변절됐다 처형하고, 지도자 앞에서 존다고 죽이는 등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와 인권을 마구 유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념적 무신론인 공산주의 창시 이래 공산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독재가 제일주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반대자들을 무조건 죽이거나 숙청해야 했던 이유다. 이는 1997년 북한을 탈출, 남한에 망명한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이 공산주의를 표방한 북한체제의 잘못된 점에 대해 확실히 규명한 증언에서도 알 수 있다.

지금도 공산주의 치하에서 해방되지 않은 북한의 2,500만 동족의 가슴 아픈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오늘날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자유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자유는 값있는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 사상 미군 5만4,246명, UN군 62만8,833명/ 실종 미군 8,177명, UN군 47만267명, 포로미군 7,140명, UN군 92만970명(1950-1953)/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번 만나 본 일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한 이 나라의 아들과 딸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저 땅 끝의 자유와 평화를 회복하리라’는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비 헌사가 6.25전쟁 66돌을 맞는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며 아무 관련도 없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그 멀고 먼 낯선 나라를 찾아와 기꺼이 목숨 바친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에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한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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