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벌새와 바보새로부터 배우는 지혜

2016-06-21 (화) 민경수 목사/ 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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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새 ‘알바트로스(Albatross)’는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몸길이가 약 1미터가 되지 않으나, 날개를 펼치면 너비가 3~4미터나 되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새이다. 날개가 몸에 비해 너무 커서 뒤뚱거리며 걷고, 혹 날기 위해서 평지에서는 안간힘을 쓰며 뛰어가다 넘어지고, 또 공중에서 날다가 평지에 내릴 때에는 날개를 편 채로 곤두박질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엉성한 생김새와 둔한 움직임에다, 물갈퀴가 발에 붙어 있고, 껌뻑거리는 눈이 있어 바보새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알바트로스는 폭풍같은 세찬 바람이 불어올 때, 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유히 날개를 펼치고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그 바람에 의해 오랫동안 멀리, 또한 높이 비행한다. 쉬지 않고 한번에 3,200km를 날고, 가장 고공에 올라갈 수 있으며, 먹지도 않고 6일 동안이나 공중에 떠있을 수 있다.

높은 곳에서 글라이딩하기 시작하여 하강하면서 날다가, 강한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방향으로 향한 뒤에 날개를 다시 높은 각으로 세워, 이른바 ‘Dynamic Soaring’이라고 부르는 테크닉으로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나서 뒤로 돌아선 다음, 또 글라이딩하여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내려오면서 비행을 계속한다. 때문에 알바트로스는 ‘신천옹(信天翁, 하늘을 믿는 노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게다가 40년 이상이나 오래 산다.


반면에, ‘벌새(Hummingbird)’는 극단적인 대비로, 크기가 2인치 정도 밖에 안되는 가장 작은 새이다. 이 벌새는 그 작은 날개로 1초에 60번 이상 날개 짓을 하여, 멀리는 800km까지도 날아간다. 그러나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여, 도착시에는 몸무게가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끊임없이 날개를 빨리 흔들어야 하는 벌새는 길어야 4년 밖에 살지 못한다. 당연히 벌새는 죽을 힘을 다해 날개짓을 해도 알바트로스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예수님은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시행하리라” (요 14:14)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우리가 열심히 스스로 해결하려 버둥거릴 필요 없이, 대신 주님이 직접 이루어 주신다. 우리가 일하면 무지무능한 우리가 일할 뿐이지만, 우리가 기도하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일하신다.

우리 모두 자신 스스로 자그마한 것들을 취하려, 벌새처럼 바둥바둥 대며 생명을 소진시키지 말자. 오히려 하나님을 신뢰하며,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그 분께 인생을 맡기자. 필요할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로 구하여, 하늘의 지혜와 힘으로 인생의 풍파를 멋지게 헤쳐 나가자.

<민경수 목사/ 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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