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의 얼굴

2016-06-11 (토) 전태원 전직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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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교수 한 분이 느닷없이 ‘나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수필을 써 내라고 하였다. 그것도 영문으로, 제목은, ‘My Face’… 이게 숙제였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글을 쓰라고 한 것인데 당시 지방에서 서울로 통학을 하던 때라 기차간 안에서 책을 읽거나 무얼 쓴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경야독을 하는 처지였기에 한가하게 차분히 앉아서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문제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을 하지만 살면서, 그 당시 이십대 초반 나이였는데 시절도 그랬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도대체 자신의 얼굴을 한가하게 바라보며 잘 생겼느니, 어쩌느니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모의 유전자에 의해 태어나고 결정되는 것을 인간들이 외형적인 가치에만 급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타고 난 얼굴에 신경을 쓰고 급기야는 성형수술까지 강행하는 우를 범하기 시작했다.
대개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금쪽같은 시간 낭비는 물론이요, 얼굴에 투자하는 비용 또한 엄청난 지출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진정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얼굴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덕목을 겸비한 인격과 인성을 갖추고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형 만능주의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정서가 깔려 있는 현실이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선진국 가운데 성형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중에 손꼽히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보고도 수치스럽지만 배우와 가수는 물론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까지 얼굴을 뜯어 고치는 가하면 이젠 가정주부들과 학생들까지 수술을 하는 풍토가 조성된 지 오래니까 얘기다.


언젠가 어느 외국인 목사가 “남한에서는 요즈음 다음과 같은 뉴스로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술렁거리게 하고 있다는 뉴스를 읽었다”고 하면서 내용인즉, 당시 “남한 대통령 노무현씨가 상안검 이완증 치료를 위해 눈꺼풀의 작은 부분의 살을 제거 하였다.” “해마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눈을 크게 만들기 위하여 성형외과 의사들을 방문해 쌍꺼풀 수술을 받아왔다. 그런데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후 남한에서는 ‘눈꺼풀이 처진 증세’로 고생하는 많은 사오십대 환자들의 병원행 러시가 쇄도하고 있다는 보고이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도 이 증세 때문에 병원행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한술 더 떠서 “혹시 세계보건기구는 국가적으로 겪고 있는 이러한 재앙(National catastrophe)을 조사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라고 까지 하였다.

이처럼 외국인 눈에는 보이는 한국의 성형 수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나 정서에 문제가 있음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숙제를 내주셨던 그 교수가 생존해 계시고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당신 본인께서는 한 번도 이 주제로 글을 쓰신 기억이 없다.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얼굴에 엄청난 비용도 들이고 또 수술 후유증의 위험부담까지 안아가면서 과연 수술을 강행해야 옳은 건지?

우리 모두 자신의 심성, 인성부터 고치고 치료함이 우선 돼야 되지 않을까 라고 글을 썼었는데 칭찬에 앞서, ‘어이, 이 글 어디서 베낀거야?’ 하며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민의 이미지 손상은 전 국민이 성형 수술을 몽땅 다 받아서 뜯어 고쳐 놓는다 해도 잘못된 인상은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한다. 제발 성형 바람이 좀 잦아 졌으면 한다. 여성뿐만이 아니고 남성들 까지도 수술을 하는 풍토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나이든 중년층까지 말이다.

<전태원 전직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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