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욱’하거나 ‘버럭’ 화를 내는 사람들!

2016-06-13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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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사회는 잔뜩 화가 나 있다. ‘욱’해서 충동적으로 분노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버럭’ 소리 지르며 상처를 주는 이들도 너무 많다. 사소한 일에 다짜고짜 화부터 내고 핏대 올리는 한인들도 수두룩하다. 사소한 행동에 험한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사람. 가벼운 충고에 멱살부터 잡고 싸울 태세를 보이는 사람. ‘욱’하거나 ‘버럭’ 화를 내는 사람들이 한인사회를 무겁게 짓무르고 있는 셈이다.

한인 지도자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판단력을 잃고 ‘욱’하며 목소리 높이기 일쑤다. 이성을 잃고 ‘버럭’ 화부터 내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한다. 불평불만으로 ‘화’와 ‘분노’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버럭 회장’들을 부지기수라는 말이다.

‘버럭 회장’들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반박하면 참질 못한다. 충고는 잔소리로 여길 뿐이다. 자신은 옳고 남은 그르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대화나 타협은 없이 독불장군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럭’ 소리부터 지른다. 잘못을 깨달아도 사과하지 않는다. 타고난 성격이 불같다며 얼버무린다. 심지어 타인의 잘못으로 탓을 돌리기도 한다. 물론, 한인사회 회장들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가정에서의 ‘버럭’ 현상도 만만치 않다. 배우자끼리 벌컥벌컥 화를 낸다. 아내들은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를 때마다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아내의 ‘버럭’에 귀가를 망설이는 남편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배우자들 간에 ‘욱’과 ‘버럭’이 맞서 가정이 깨지기도 한다. 이는 가까운 사이라고 쉽게 화를 내고 화풀이까지 서슴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배우자에게 받은 상처는 더 깊게 패이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직장에도 ‘버럭 직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부하직원이 자기 말을 따르지 않으면 ‘버럭’ 거린다. 상사가 조금만 잔소리를 해도 ‘욱’하며 투덜거린다.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시킨다.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니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러니 어딜 가나 ‘왕따’를 당한다. 스스로 ‘화’를 다스리지 못해 직장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이다.

한인사회 역시 ‘욱’하는 병을 앓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도를 넘는 폭언과 폭행으로 대응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를 폭발시키는 탓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무시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서’, ‘나를 빤히 쳐다봐서’ 등을 이유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욱’하는 일이 너무 흔하다. 결국 ‘욱’하거나 ‘버럭’ 화를 내는 충동적 판단으로 ‘우발적’, ‘묻지 마!’ 범죄 등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화’는 생각지도 않은 일에 치밀어 오른다. 원하지 않는 일이 터져서 감정이 폭발할 때도 있다.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다. 기대 했던 것과는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을 때 당황함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화’는 워낙 순간적으로 욱하고 치밀어 오른다. ‘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피하고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화’를 잘 다스려 인생살이가 편해지려면 평소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통제하고 절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명심보감은 “어리석고 성품이 탁한 사람이 버럭 화를 내며 진노한다. 이것은 모두 자신의 감정을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갑작스런 분노가 일면 마음 위에 화내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

누군가 나의 분노를 일으키면 그저 귓가를 스치는 바람처럼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성경의 잠언도 “분을 쉽게 내는 자는 다툼을 일으켜도 노함을 더디 하는 자는 시비를 그치게 하느니라.(15장18절)”,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19장11절)”고 교훈을 주고 있다.

오늘은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내며 한번 늙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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